누구라고 딱 집어말하지 않더라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정말 ‘쿨(Cool)’한 캐릭터들을 만나게 된다. 아니, 심지어는 일상 속에서도 ‘쿨’한 사람들을 간혹 접하곤 한다. 일체의 얽매이는 것도 없고, 주저함 없이 시원시원하게 결정을 내리며, 아무리 힘든 일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척척 해내는 유능하고 강인한 사람들. 곁에서 볼 때 이 ‘쿨’한 사람들이 어찌나 멋지게 보였던지 필자에게 있어 ‘쿨’한 사람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였던가. 몇년전 대학원 1학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는 실제로 ‘쿨’한 사람이 되어 보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돌이켜 보면 그저 ‘쿨’한 사람인 '척' 해보려던 어린 시절의 치기에 다름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어쨌건 ‘쿨’한 사람일 수 있는 전제조건인 ‘타인의 도움은 필요로 하지 않는 유능함’을 얻기 위해서 남들보다 배는 많이 공부하고 노력했다.
 
사람들과 어울려 소주를 마시며 웃고 떠들기보다는 홀로 책을 읽거나 바(bar)에서 조용히 칵테일을 마셨고, 다소 힘든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는 혼자서 해결하고 아쉬운 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가 처음 의도하던 대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저 녀석 꽤 쿨하다’는 이야기를 간혹 듣기는 했다. 하지만 곧 난관에 부딪쳤으니, 그 ‘쿨’함을 계속 유지하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것이었다. 석사 과정에서 읽어야 할 책이나 조사할 학술지 등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그걸 혼자서 해내기는 도저히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팀을 짜서 각자 역할 분담을 해 스터디 하는 사람들을 도저히 쫓아가기가 힘들었다. 개인적인 능력의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게다가 ‘쿨’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고독한 일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릴 때에도 ‘쿨’함을 유지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한발짝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냥 그럭저럭 친한 친구는 많았지만 마음을 열고 통할 수 있는 친구는 거의 없게 되었다.
 
결국 ‘쿨’함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타인의 도움은 필요로 하지 않는 유능함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무관심까지 포함된 것을 비싼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쿨'한 사람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혼자서도 당당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본질적으로 고독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 속에서 필자는 ‘쿨’하다는 것은 ‘시원하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차갑다’는 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쿨하다는 것은 보이는 것처럼 멋있는 일만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어떻게 사람들에 얽매이고, 또 부대끼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때로는 서로의 관계 속에서 상처받기도 하고, 때로는 그 관계 속에서 고민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런 과정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하나의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니다. 이런 아주 간단하면서도 평범한 사실을 깨달으면서 필자는 결국 ‘쿨’한 사람이기를 포기했다.
 
그래서 지금 필자는 ‘쿨’한 사람이기 보다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항상 시원시원하고 당당하지는 못하지만 친구들과 또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주저하면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조금은 모자라고 약한 모습을 보인들 어떻겠는가. 주위에 나의 모자람을 채워주고 약한 부분을 감싸줄 친구와 동료들이 있는데 말이다. /김범규(보광리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