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특정해역에서 20년 넘게 꽃게를 잡고 있는 최모(52)씨는 바다를 보면 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꽃게잡이를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 지'라는 걱정때문이다.
 꽃게 어획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을 감당할 수도 없다. 가을 조업기에 선원 여남은 명에게 지급할 선금과 어구비용 3천여만원을 마련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수협에서 끌어다 쓴 돈만 약 3억원에 달한다. 최씨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올해들어 같이 꽃게를 잡던 동료의 어선 대여섯 척은 이미 경매로 넘어갔고, 현재 3척은 경매가 진행 중이다. 최씨는 “수년째 매번 손해를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조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인천의 수산업은 휘청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벌써 끝장난 셈”이라며 깊은 절망감에 빠져있다.


 서해 황금어장과 넓고 풍요로운 갯벌을 가진 인천. 한때는 중부지방을 대표하는 수산도시로서 명성을 날렸고 어민들은 풍요로운 생활을 누렸지만 현재 인천의 수산업은 잔뜩 쪼그라들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지역 수산물 생산량은 모두 2만3천여t. 금액으로 환산하면 986억원 정도이다. 생산량은 10년 전인 1996년도 5만1천t의 절반도 되지 않고, 생산금액도 10년전 1천653억원의 60% 수준으로 감소했다. 


 1995년 당시 수산물 생산량으로 따지면 인천은 바다를 끼고 있는 3개 광역시 중 부산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도시였지만 2003년부터 `공업도시' 울산에 추월당했다.
 10년 전 생산량이 인천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던 경기도는 지난해 1만8천여t을 생산, 인천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다.
 인천의 어업가구 수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 1995년 4천670여 호였던 어가는 2004년 절반 이하인 2천300여 호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어업가구 수가 30% 줄어든 데 비하면 인천의 감소세는 곤두박질 치는 양상이다.
 인천의 어업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이유는 어족자원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천 수산업을 지탱했던 꽃게가 대표적이다. 꽃게 어획량은 지난 1990년대 초부터 10년간 한해 평균 1만t 내외로 비교적 안정세를 띠다 3년전부터 급격히 떨어졌다.
 2003년과 지난해 각각 1천390t과 1천587t으로 바닥을 쳤다고 여겼건만 올해 상반기 어획량은 552t으로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 16일 오후 1시 동구 만석동 신만석고가 옆 갯골. 검푸른 색을 띤 갯벌 위에 다 썩어가는 폐어선 3대가 박혀 있었다. 오랫동안 출항을 못한 듯 선체는 잔뜩 녹이 슬어 흉물스런 모습이었다. 도로 건너 만석주공아파트 주민 이모(40)씨는 “이곳에서 계속 살면서 봤는데 한 3년 정도는 저렇게 있었다”며 “아마도 빚을 진 게 많아서 처리를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선 한척 한척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갯골에 방치된 채 썩어가는 폐어선에서 인천 수산업의 현실이 묻어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