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이란 수식어 없애버리고 싶었다.”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꽃미남의 대명사 강동원과 `외계인' 이나영이 출연한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감독 송해성, 제작 LJ필름) 시사회 장에서 송해성 감독은 “두 배우, 특히 강동원의 `꽃미남'이라는 수식어를 없애버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송 감독은 “두 사람이 이 영화를 통해 `배우'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인기작가 공지영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 사형수 윤수와 여교수 유정이 서로를 알아가면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사랑까지 느끼게 된다는 스토리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비슷한 상처를 지진 남녀가 상반된 처지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지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누게 된다.

강동원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세 사람을 죽이고 사형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로 나와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하며 자포자기한 삶을 사는 전직 가수역을 맡은 이나영과 새로운 연기변신을 선보인다.

이번 영화에서 진한 내면 연기를 선보인 강동원은 “실제 영화 속에서와 같은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면서 “오히려 영화 속 상황보다 더 심한 실제 상황을 전해 듣고 이해하기가 힘들었다”며 입을 열었다.

“모든 신이 힘들었다”는 강동원은 이어 “영화에 피해자의 가족이 찾아와 용서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보고 난 후 사람들에게 사소하게 화냈던 일까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강동원은 현실에서의 사형 제도에 대해 “영화를 찍는 내내 고민도 많았고 여러 사람과 상의도 했었다”며 “내가 논할 문제는 아니지만 인간이 인간을 심판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얘기했다.

이나영과의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에 대해 강동원은 “남녀 둘이 출연하는 단순한 멜로 영화가 아니다”며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내게 이 영화는 휴먼 영화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자살을 3번 시도한 부유한 집안의 여 교수 역할을 맡은 이나영은 “이번 영화를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삶과 죽음에 대해 막연하고 평범하게 생각하고 있었구나’라는 반성을 하게 됐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촬영 전에 실제 사형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바가 크다”는 이나영은 “오해했던 부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우리가 평범하게 여기는 삶이라는 단어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주 소중하고 예민한 것이란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이나영은 “우리 영화에서는 ‘용서’라는 단어가 아주 중요한 단어이지만 실제 용서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촬영에 임하면서 더 크게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 사형수로 분한 강동원과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역할을 맡은 이나영은 “처음에는 이 영화를 멜로 장르로 봐야 하는 것인지에 확신이 서지 않아 고민했다”면서 “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꼭 어떤 장르로 정의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두 남녀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애틋한 교감이 더 중요한 요소”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표현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강동원, 이나영 두 사람에게 서로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주문을 하자 둘 다 머쓱해하면서 이나영이 먼저 “정직하고 맑다”고 강동원을 표현했다. 이어 강동원은 이에 대해 “강한 척하지만 여리고, 무척 착하다”고 답변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세 사람을 죽인 사형수와 세 번 자살을 시도한 한 여성이 교도소만남의 방에서 매주 만나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교감한다는 내용의 영화로 ‘파이란’과 ‘역도산’의 송해성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이나영과 강동원 등이 출연했다. 14일 개봉. /이준배기자·ace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