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아찔한 저유소밖 송유관
수도권에 속한 인천 연안에는 대형정유사의 저유소들이 밀집해 있다. 도시가 제대로 정비되기 전부터 유조선과 저유소를 연결했던 송유관이 지하에 깔릴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마음놓고 공사 한번 하기 어렵다는 푸념이 터지는 도시가 인천이다. 본보는 3차례에 걸쳐 그 동안 정유사들만의 세계에 속했던 송유관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다.〈편집자 주〉

지난 16일 오후 2시 인천 연안부두 제1국제여객터미널 옆 매립지. 낮인데도 대형 트레일러들이 대각선으로 주차, 편도 2차로 도로를 대부분 점령하고 있었다. 가득 찬 트레일러들 사이로 마치 둥글게 흙을 쌓아올린 듯한 화단이 눈에 들어왔다. 화단 안엔 어른 키만큼 잡초가 마구 자라있었고, 그 사이사이엔 담배꽁초와 기름에 절은 목장갑, 엔진오일통, 타다 만 나뭇조각 등 각종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곳곳에 남은 불피운 흔적 중 일부는 얼마전까지도 불이 피어올랐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화물차 기사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밤에 불을 놓았다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화단처럼 보이는 곳은 유조선이 접안하는 돌핀과 연결된 건물부터 인근 정유사의 저유소 앞까지 `ㄱ'자 형태로 이어져 있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박힌 경고판엔 `위험, 유류·가스배관 매설구간'이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하지만 경고판이 무색하게 송유관 매설구간 위엔 인화물질이 쌓이고, 주위에선 밤마다 불이 피워지고 있다.
연안부두 상인 조모(42)씨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송유관 위에서 불을 피우는 게 말이 안된다”며 “보다 못해 다른 상인들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누가 하든 지 어떻게든 관리가 돼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의 민원이 관할 중구청과 중부소방서 등에 접수됐고, 결국 소방서에서 저유소에 제초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저유소는 지난주 제초를 끝냈으며 쓰레기도 말끔히 치웠다. 반면, 저유소 측은 안전문제 때문에 제초를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송유관이 지하 2m 이상에 묻혀있고, 위엔 흙을 두텁게 쌓아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저유소 관계자는 “불을 피워서 위험하다면 청원경찰을 더 배치하든 우리가 먼저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다시 매설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송유관 안전관리에는 우리가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현재 장거리 간선 송유관은 대한송유관공사가 관리를 맡고 있지만 이 송유관 같은 지선들은 사설라인이다. 유류탱크가 소방법에 의해 점검을 받는 것과 달리 사설라인은 정유사들이 자체운영하고 있다.
송유관공사 관계자는 “송유관 주위에서 불을 피우는 건 매우 위험한 행위”라며 “이를 강제로 제지할 법은 없지만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를 유출에 대비해 못하게 제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