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풀려난 한국인 19명이 2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으로부터 풀려난 한국인 19명이 피랍 45일, 출국 51일만인 2일 오전 귀국해 꿈에 그리던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이들은 이날 오전 6시35분께 대한항공 KE95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고국땅을 밟았으며, 입국수속과 간단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전 8시10분께 안양시 샘안양병원에 도착, 가족들과 눈물의 재회를 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오전 7시께 입국장에 들어선 19명의 석방자는 고개를 떨군 채 여전히 초췌한 모습. 이들의 뒤로 김만복 국정원장과 함께 석방 협상에 나선 일명 '선글라스맨' 등 정부 관계자들도 나란히 입장. 김 원장은 피랍자 가족모임 차성민(30) 대표를 포함해 마중나온 가족 3명과 인사를 나누며 "국민과 정부가 모두 노력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언급.

유경식(55)씨가 대표로 낭독한 소감문에서 "국민과 정부에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함께 돌아오지 못한 배형규 목사님과 심성민씨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하자 피랍자들은 참았던 눈물을 훔치는 모습.

○…이날 입국장의 기자회견장 주변에서는 극단적인 두 반응이 교차. 몇몇 기독교 신자들은 성경 구절이 적힌 푯말을 들고 나와 이들이 입국장에 들어서는 순간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내면서 "형제자매들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 고개숙이지 말라"며 응원. 반면 한 남성은 이들을 향해 계란을 투척하려다 실패하고 경찰에 제지당했으며 공항에 있던 시민 박모(49)씨도 "무사히 돌아온 것은 다행이지만 고생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

○…이날 석방 인질들을 만난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는 "인질중 일부가 개종(改宗) 등을 거부하다 탈레반에 심한 구타를 당하는 등 현지에서의 고충이 생각보다 심했다"고 소개.

박 목사는 이어 "개종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제창희·송병우씨 등은 심하게 구타를 당해 얼굴 등이 크게 붓는 등 온 몸에 큰 상처를 입었으며 흉기를 들이대며 살해 위협도 수차례 가했다고 밝혔다"고 전언.

그는 특히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살해된 것도 개종 강요와 폭력에 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

○…인질석방자들은 병원 3층 '전인치유병동'(내과·신경정신과·상담·영적치료를 함께 하는 종합병동)에서 외부와 접촉을 배제한 채 2주 가량 입원치료를 받게 될 예정.

병원측은 3일 내과를 시작으로 4일 피부과, 5일 산부인과에서 검진 및 치료를 시작할 계획이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리적 후유증 치료는 정신과와 전인치유연구원에서 매일 실시할 계획. 병원측은 석방 인질들은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텔레비전과 신문을 제외한 인터넷, 휴대전화, 외출 등 외부 접촉을 차단할 방침.

이 병원 차승균(52) 원장은 "통상 15일 정도 납치됐을 때 석방 후 충격이 회복되려면 3~5개월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