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세인들의 관심은 LA로부터 귀국한 김경준씨에게 쏠리고 있다. 김씨의 범죄 행위에 대한 조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대선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알려진 대로 주가 조작이나 위조를 통해서 수백억원의 재산을 빼돌린 것은 경제사범 중에서도 죄질이 가장 나쁜 경우에 해당한다. 당한 사람들의 숫자가 한 두 사람이 아닐 뿐만 아니라 경제 질서를 교란시킨 대표적인 사기범이기 때문이다. 김씨를 만나본 사람들은 그가 다혈질이며 언변이 좋은 사람으로, 특히 머리가 비상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한 대학 출신이라는 똑똑함을 범죄에 이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필자는 2000년을 전후하여 우리 사회에 휘몰아쳤던 벤처 열풍을 되새기게 된다. 당시 업계의 분위기는 한탕주의가 팽배하고 있었다. 투자자의 돈을 끌어다가 흥청망청 낭비해 버리는 젊은 사업가들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당시의 시대 분위기에 편승해서 30대 중반이 채 되지 않은 젊은이로서 그는 자신의 재능과 지식을 이용해서 사기나 기만행위를 범한 끝에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의 범죄는 인간에게 도덕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해 보게 한다. 정규 교육이나 가정 교육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 인간의 도덕성은 자기 자신이 가진 내적인 양심에 크게 의존한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런 내적인 의식의 형성에 교육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어떤 행위라 하더라도 합법적인 것이 되어야 하고 한 걸음 나아가서 '나의 이 같은 행위가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추어질까'라는 질문이 일정한 제어 장치를 함에 틀림이 없다.

아무튼 머리 좋은 사기꾼의 사기 행각이 이번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리고 어떻게 이용될지 필자를 포함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곤혹스러운 위치에 처한 이명박 후보는 대선 당일까지 김씨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 입장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후보 역시 믿고 맡긴 아랫사람에게 크게 당한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건설처럼 눈에 보이는 업무를 오랫동안 해 온 사람이라면 금융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업무는 잘 알 수 없었으리란 것도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서 아쉬움을 갖게 되는 것은 사인(私人)의 도덕성과 공인(公人)의 도덕성이란 문제이다. 사인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살면 그만이다. 그래서 사인은 합법적인 행위면 충분하다. 사인이라면 자신의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자신의 이익에 충실하게 활동하는 존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적인 임무를 띠는 사람이라면 사인 이상의 도덕성에 대한 요구를 가져야 한다. 이 점이 사인과 공인 사이에 큰 차이라 생각한다.

필자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 과거에 모 기업인이 대선에 출마하였을 당시의 상황이다. 당시에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 왔던 청렴한 장관 L씨가 "평생 동안 이익을 추구해 온 그 양반이 대통령이라는 공적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당시에는 그룹의 회장에서 바로 대선 후보로 들어왔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지적이었다.

물론 이 후보의 경우는 다르다. 국회의원으로부터 시작해서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공직에 진출한지 15년을 넘어서게 되었다. 공인으로서 충분한 검증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하지만 자질구레한 사건들에 대한 반대편의 공세가 대선 막판까지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아쉬움을 갖는다. 일단 공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관리해 나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훨씬 높은 도덕성을 자신에게 적용하는 엄격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인의 길과 공인의 길의 차이라고 본다. 당연히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봐야하지만, 대선 정국을 보면서 갖는 아쉬움 가운데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