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도 너무나도 정겨운 레(Leh), 해발 3천520m의 건조한 산세 속에 자리잡은 레는 인간이 삶의 터전을 마련한 도시 중에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는 티베트에 속했지만 10세기에 라다크가 독립함으로써 티베트와는 별개의 왕조로 발전했다.
실크로드 시절에는 아시아 출발 상인들의 중간 거점으로 번성했다. 지리적으로도 외부 접근이 쉽지 않으며, 티베트에서 독립한 왕국의 모습답게 '전형적인' 인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더욱이 레 사람들의 외형은 '친근감' 가는 우리네 모습과 닮아있는데다 불교왕국이었던 까닭에 친숙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라다크 고유 언어를 사용하며 삶의 방식에서도 그들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티베트가 불교왕국이었던 것처럼 라다크 왕국 또한 불교국이었기에, 현재 레와 인근 지역에 남겨진 불교의 흔적은 거리 곳곳이나 그들의 일상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곰파(Gompa)라는 것은 불교사원을 일컫는 말로 대중적으로 알려진 곰파 외에도 이름조차 없는 곰파도 부지기수다. 대부분 언덕 위에 자리잡은 수많은 사원은 가파른 계단을 숨을 헐떡이며 올라야 한다. 거기서 파란 하늘이며 너무나도 대조적인 색채의 사원을 가만히 앉아 바라보며 생각한다. 정성스레 불경을 외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수없이 절을 하며, 곰파 초입의 1㎞ 길이의 길에 '옴마니빼메홈' 진언을 새겨 놓은 돌길을 보면서, 그들에게 불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삶 그 자체였을 것이라고.

한편으로 티베트 왕국에서 독립해 하나의 라닥 왕국으로의 면모를 잃고, 이제는 수많은 곰파만이 그들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에 대하여 한 현지인에게 물었다. 그 모든 역사를 뒤로 한 채,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의 인도 국민으로 스스로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대답한다. "물론이지. 다만 종교, 언어와 외형과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인도에 속한 인도국민들이야"라고.
인도는 항상 나에게 묻는다. "영원한 것은 없지 않을까?"라고….
가볼만한 '사원' 6선
레 왕궁(Leh Palace)
티베트 라싸(Lhassa)에 위치한 포탈라 궁(Potala Palace)의 축소판으로, 라다크의 왕궁 역할을 하였다. 레 시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레 시가지 전체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남걀 체모 곰파(Namgyal Tsemo Gompa)
1430년에 지어진 곰파로 레 왕궁 옆쪽, 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바람에 펄럭이는 수많은 깃발을 보면, 바람을 타고 불경이 세상으로 세상으로 날아가는 느낌이 가득하다.
샨티스투파(Santi Stupa)
일본 불교 종파의 사원으로 10여분을 가파른 숨을 몰아쉬어 오르면, 탁 트인 레와 설산을 배경으로 한 파란 하늘이 무척 인상적인 곳이다.
틱세 곰파(Tikse Gompa)
레 곰파 엽서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갖춘 곰파로, 푸른 인더스강과 설산이 대조를 이룬다. 특이한 것은 신상의 눈이 모두 가려져 있는데, 이는 눈에서 나오는 영적 에너지가 발산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쉐이 곰파(Shey Gompa)
라다크왕조의 여름 궁전으로 현재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지만 12m 높이의 불상과 벽화의 보존 상태가 양호해 섬세함이 돋보인다.
스톡 곰파 (Stok Gompa)
아직까지 왕족이 살고 있는 궁전 옆의 곰파. 양의 암벽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