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식 절차를 통해 국내에 입국한 후에 취업하기 어려운 여성들이 A씨를 찾는 손님들이다. 이들에게 한국인 남자와의 결혼을 알선, 국내 영주권을 취득토록 한다.
얼마전 A씨는 50대의 한 조선족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중국 단둥(丹東)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꼬박 하루의 반나절을 달려 도착했지만 조금이나마 이익을 남기려고 저렴한 비용의 선박을 택한 것이다.
이날 결혼식을 가질 내국인 남성 B씨도 동행했다. A씨가 노숙자이던 B씨에게 던진 미끼는 중국 무료관광과 사례금으로 4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둘은 중국 현지의 전문 브로커가 안내하는 민박집을 찾았다. 이미 조선족 상대방은 도착해 있었다.
이 여성이 1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무리하게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고임금의 매력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중국에서 1년을 힘들게 일해 봤자 한국에선 한달이면 가능하다. 더욱이 한국인과 결혼 후에는 합법적인 취업으로 인정된다.
결혼 대상자들은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한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선 곧장 시내의 사진관으로 향했다.
여기서 배우자와의 결혼사진을 찍는다. 향후 여성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형식적 증빙서류의 하나다. 업무를 마친 A씨와 B씨는 곧장 귀국했다.
B씨는 사전에 배운대로 여성의 신상서류를 갖고 구청서 혼인신고를 마친다. 신고를 끝내고 호적등본, 재산증명, 국제통화 내역 등 양측의 결혼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중국영사관으로 송부한다. 이것이 초청장인 셈이다. 중국 여성은 간단한 인터뷰를 거쳐 비자를 취득한다.
양국 브로커의 지시에 따라서 가짜 부부는 며칠뒤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만나 외국인 등록을 거친다.
이때 조선족은 'F2'라는 방문 동거 자격을 우선 획득한 후 취업할 수 있는 'F2-1' 비자를 신청, 일련의 과정을 마치게 된다.
이후 법적으로 부부인 둘은 안부도 묻지 않고 별거를 시작한다.
이러한 국제 위장결혼 사례가 갈수록 급증하자 중부경찰서 외사계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구청에서 혼인신고서를 발췌하고 주소지를 발로 뛰면서 현장을 파악한다. 대개 주소지에서 함께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게 경찰측의 설명이다.
최근 중부서에 검거된 노모(53)씨는 위 방법으로 2년 6개월 사이에 30여건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와 연관된 중간책들만도 12명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노씨 역시도 과거 위장결혼을 경험한 바 있다. 직접 터득한 경험을 살려 전문알선책에 뛰어든 것이다.
현재 노씨는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당분간 철창 신세를 져야할 전망이다. 또한 노씨와 관련 있는 외국인들 모두는 강제 추방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위장결혼에 대해서는 법정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인천지검 보고서에서 '위장결혼은 공무원에게 허위의 사실을 신고해 국적을 취득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죄'라고 규정했다.
지난 한해 인천지방경찰청에 적발된 사례만 2천747건에 달한다. 이중 내국인이 2천9명이고, 나머지가 외국인이다. 허위 초청에 따라 심사과정에서 적발, 한국에 입국조차 못했기 때문에 적발된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적다. 과거 국내 극빈층이나 노숙 남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유형은 내국 여성들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노동자들이 국내 체류기간이 만료돼 출국을 앞두고서 브로커를 찾는 방식이다. 브로커들은 '급전대출'을 원하는 신용불량의 여성을 표적으로해 손을 뻗친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결혼을 담보로 한 사건 뒤에는 많게는 수십명의 브로커가 개입돼 있다. 범죄 조직이 방대화되면서 범행 수단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