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란하게 경광등을 울려대는 40여대의 소방차와 앰뷸런스로 4차선의 42번 국도가 꽉들어 찼고 수십명의 군인들까지 지원에 나서면서 현장은 아비규환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불은 오전 10시30분께 발생했지만 오후 2시까지도 유독가스와 추가 폭발 위험으로 구조대는 물론 소방차도 접근하지 못했다.
화재현장에서 맹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유독성가스는 발화지점에서 100m여 이상 떨어진 곳의 주민들조차 두통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일 정도로 강력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 간신히 대피한 권모(28)씨는 "물류창고 쪽에서 3번의 폭발소리와 함께 지하에서 엄청난 높이의 불길이 치솟았고 금세 시커먼 연기가 올라와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다"고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현장에 도착한 취재진도 유독성 가스 때문에 시커멓게 타오르는 연기를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할 수 있는 역할의 전부였다.
구조대원과 소방관들이 발만 동동 구른지 4시간여가 더 흐른 오후 2시 30분께, 어느 정도 연기가 잦아들고 구조대의 현장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이들과 함께 조심스럽게 들어간 화재현장은 처참했다.
15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댈 수 있을 정도로 냉동창고의 출구는 넓었지만 시커먼 유독가스가 출구 전체에서 무섭게 뿜어져 나왔다. 도저히 외부에서의 접근은 불가능해 보였고 내부에서의 탈출은 더 더욱 불가능해 보였다.
창고 안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고된 수십명 가운데 '혹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조금전의 실낱 같은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현장화재 진압관계자들은 물론 걱정스러워 현장에 온 인근 주민들조차 "도저히 생존자가 없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유독가스가 멈출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자 구조대는 급기야 상부의 아스팔트 도로에서 지하 창고에 이르는 4개의 커다란 구멍을 뚫어 유독가스를 빼냈다. 하지만 가스는 날이 저문 오후 8시까지도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
현장에 접근, 인명구조가 시작된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20분께 마침내 첫 사망자가 발견됐다.
산소마스크를 쓴 구조대원들이 출구쪽에서 쓰러져 사망한 신원미상의 남성 2명과 여성 1명의 시신을 수습한 것을 시작으로 사망자들이 줄줄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시신들은 간신히 성별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불에 타 심하게 훼손된채 발견됐다.
1차 인명구조에 참여한 신창수 하남 구조대원은 "불이 아직 덜 진화됐다"며 "지하는 아직도 연기로 가득해 바로 앞도 볼 수 없어 구조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대는 이날 오후 9시까지 모두 30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단일 장소에서, 그것도 피해자가 모두 잠이 든 심야도 아닌 대낮에 이처럼 많은 사상자가 한꺼번에 발생한 화재사고는 이제까지 없었다.
■사망·실종자 명단(40명)
△한우기업:이종일, 강재용, 황의충, 김준수, 최지영, 지재헌, 우민하, 김태규, 최용춘, 윤종호, 김진수
△유성기업:김우익, 김영호, 윤석원, 이용호, 임남수, 장행만, 김용민, 김완수, 손철호, 윤옥주, 이용걸, 윤옥선, 박경애, 조동면, 이준호, 김영애, 김용해, 최승보, 엄중용, 손동학, 김진봉, 정상란, 이승복, 외국인 1명
△아토테크:신원준
△청소업체:이을순(여)
△기타:박영호, 김영민, 미상 1명
■부상자 명단(10명)
△최중한(50) 이경희(50) 천우한(33) <서울 구로 성심병원>
△안승식(53) 박종영(38) 심영찬(50) 임충월(45·여) <서울 강남 베스티안병원>
△신창선(52) 김형문(48) 하이루(32) <이천 파티마병원>이천> 서울>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