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제3차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사상 처음으로 연장전 무승부를 폐지한 것이다.
이사회는 승패를 확실히 가르는 야구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팬들의 관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정규 시즌에서 12회, 포스트시즌에서 15회로 규정됐던 현행 연장전 경기방식을 무제한 '승부내기'로 바꿨다.
이닝 제한 무승부, 시간 제한 무승부 등 인위적인 변칙 운용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했던 야구의 참맛이 '끝장 승부'로 부활의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한국 야구는 아직도 무승부 제도가 남아있는 일본 보다 앞서 제도적으로나마 미국프로야구를 따라가게 됐다.
이렇게 되면 외신에서만 봐왔던 이튿날 새벽까지 20이닝 이상 진행되는 마라톤 게임도 종종 구경할 수 있다.
그동안 선수들은 무승부 기미가 보이면 시계를 봐가며 유유자적 스파이크 끈을 조이기도 했다. 12이닝으로 무연장전 이닝이 묶였을 때는 정해진 마운드 운용에 따라 상대 타순을 막기만 하면 되므로 게임은 질질 늘어졌고 내용은 '이기는 야구'보다는 '지지 않는 야구'로 흘러갔다.
2004년 현대와 삼성이 맞붙었던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는 사상 유례 없는 세 차례 무승부로 9차전까지 이어졌고 해외 토픽감으로 남았다. 당시 양팀 외국인 선수들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무승부를 치르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제 이런 모습은 영원히 사라진다.
'끝장 승부'가 벌어지면 의외의 변수가 승패를 좌우하게 돼 박진감과 흥미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 벌어지는 게임을 준비하기 위해 각팀 사령탑은 그날 경기 전력을 미리 계산하고 게임에 임하지만 연장전 무승부가 폐지되면서 계산대로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셈.
마운드 운용과 선수 기용 등에서 변칙작전이 쓰이게 되고 절대 지지 않으려는 지략 대결이 불꽃을 튀면서 흥미를 배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체력이 강하고 백업 멤버가 튼실하며 승부근성이 좋은 팀이 진정한 강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문이 열렸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꼭 이겨야 할' 경기와 '져도 되는' 경기를 나눠 전체적인 시즌 운용 전략을 짠 감독의 머릿 속도 이번 조치로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연장전 무승부 폐지와 함께 이목을 끄는 또 다른 조치는 포스트시즌 경기 방식의 변화다.
KBO 이사회는 현재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로 이어지는 큰 뼈대는 똑같이 유지하되 3경기-5경기-7경기였던 게임 방식을 5경기-7경기-7경기로 대폭 늘렸다.
관심이 집중된 포스트시즌 경기 수를 늘려 팬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흥행 돌풍으로 이어간다는 게 주목표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정규 시즌 1위팀에 엄청난 혜택을 주는 제도임을 알 수 있다.
미국, 일본프로야구와 달리 그동안 평가절하됐던 정규 시즌 1위팀에 확실하게 상을 주고 한국시리즈에서 어드밴티지도 인정하겠다는 의지다. 가을 축제에 참가하더라도 하위팀이 한국시리즈 챔프에 오를 확률은 더욱 낮아졌다.
정규시즌 1위팀에 대한 배려는 포스트시즌 수익금 분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KBO는 그동안 포스트시즌 수익금 중 제반 경비를 제외한 금액을 배당금으로 책정, 한국시리즈 우승팀부터 4위까지 배당금의 50%, 25%, 15%, 10%를 차등 분배했다.
KBO 이사회는 그러나 올해부터 정규 시즌 1위팀에 배당금 전체 금액의 25%를 상금으로 먼저 주고 나머지 75%를 예전 방식처럼 차등 분배하기로 해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잇달아 제패하는 팀은 훨씬 많은 돈을 쥐게 됐다.
결국 치열한 순위 경쟁을 유도, 1995년 이후 13년 만에 500만 관중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프로야구] 무제한 연장전..'끝장 승부' 첫 시도
입력 2008-0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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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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