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를 들어 서울시의 경우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적재량 기준으로 3이 넘는 화물자동차의 도심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동대문·남대문시장, 용산전자상가와 같은 대규모 상업시설이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소통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물류활동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고 더욱이 화물차 운전자들이 이러한 규제가 있는지 잘 모르기도 하고 잘 지켜지지도 않고 있다.
아마도 일반시민들의 화물자동차에 대한 추억(?)이라면 차를 타고 가다가 대형화물차를 만나면 불안을 느끼거나, 도로나 가게 앞에 주차하고 있는 화물차 때문에 보행이 불편하였거나, 주택가에 장시간 불법으로 세워 둔 화물차 때문에 주차에 애를 먹었던 기억 정도일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화물자동차는 도시 내 대형유통매장, 상가지역, 주택가 가게까지 수많은 상품들을 배달하고 시민들이 매장에서 필요한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도시경제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만약 화물자동차가 며칠만 운행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본다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큰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모든 상품은 생산지인 공장지역에서 소비지인 도시로 이동해야만 궁극적으로 소비가 이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상품의 이동은 대부분 화물자동차가 담당하고 있다. 최근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상품구매가 일상화되면서 도시 내 택배차량의 운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도시인구가 늘어나고 공간적으로 광역화, 다핵화(多核化)되면서 도시 내 물류활동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도시 내 물류활동의 규모가 커지고 특히 화물자동차 교통량이 늘어나게 되면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물류정책이 필요하게 된다.
일본, 미국, 유럽의 도시들은 물류를 도시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분야로 인식하고 도시물류를 개선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화물자동차와 승용차가 운행하는 시간대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서 상가주변 주차공간이나 도로변 주차공간을 이른 아침이나 심야에는 화물자동차가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예 상가밀집지역에 화물자동차를 위한 전용주차공간을 조성하기도 한다. 도시외곽에 물류단지를 건설하여 도시 내로의 화물자동차 통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도시는 도심 공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지역을 운행하는 화물자동차를 저공해자동차나 전기자동차로 제한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연구단계이기는 하지만 아예 지하철과 같이 지하공간을 통해 도심으로의 상품 배송과정을 자동화하려는 대형 프로젝트도 검토되고 있다. 이 모두가 도시교통과 물류를 조화시키고 도시 내 물류활동을 효율화시켜 궁극적으로 도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는 정책들이다.
화물자동차의 통행을 제한하면 도시가 쾌적해질지는 모르나 도시경제에는 여러 장애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 도시물류를 체계적으로 잘 관리하면 시민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도시교통정책을 수립할 때 도시물류 개선측면에 많은 관심을 두었으면 한다. 세계의 도시들처럼 우리 도시의 물류도 업그레이드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