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혜진이, 예슬이 말입니다. 결코 잊지 말자던 그 이름을 한 동안 잊었다니, 부끄럽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이 18일 두 아이를 해친 정성현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형이 생명을 박탈하는 냉엄한 형벌이고 문명국가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이뤄지는 처벌인 점을 감안해도 사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꽃도 피어보지 못한 두 어린이를 비롯해 3명의 고귀한 생명을 살해한 엽기적인 범행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국민에게 보여주고 참혹한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피고인을 이 세상에서 영원히 격리시켜달라"고 사형을 구형했지요.
지난 16일 명동성당에서는 '사형제 폐지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콘서트가 열렸답니다. 행사장 사진을 보니 '인간의 생명은 누구도 박탈할 수 없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눈에 띄더군요. 나라 안팎에서 사형제도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와 사람들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은 살인 만큼이나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의 생명은 어떤 이유로도 인위적으로 박탈할 수 없다는 것이죠. 생명신수설에 입각한 논리인데, 사형제 폐지에 종교단체가 앞장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형폐지론의 또 다른 근거는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우려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무죄인 사람이 사형될 경우 그의 생명을 회복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건 사형폐지론자들도 사형을 관대한 처벌이라고 할 때가 있다는 겁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비하면 사형은 관대하다는 거지요. 종신형을 구걸하던 죄인도 나중에는 죽여달라고 간청한다네요. 요약하자면 사형은 안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더더욱 안되며, 모든 죄인은 갱생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사형폐지론자의 주장입니다.
사형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의 선의와 자비심, 정말 존경할만 합니다. 하지만 정성현류의 범죄자들에게 생각이 미치면, 저처럼 평범한 인격의 소유자들은 수원지검의 구형문과 수원지법의 판결문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혜진이, 예슬이가 겪었을 그 끔찍한 공포와 고통, 영문모를 불행을 생각하면, 아무리 문명국가일지라도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맞고, 피고인을 세상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일이 맞지 싶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관장하는 신일지라도, 이런 경우엔 두 눈 딱 감고 모른척 해주실 것도 같구요.
/경인플러스 부장
사형제도
입력 2008-06-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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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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