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께면 인천에서 '특정지역'이라 불렸던 집창촌이 모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지난해 7월 속칭 '끽동'이라 불렸던 학익동의 홍등가가 철거된 후 인천시는 지난 14일 마지막 남은 지역의 대표적 집창촌인 '옐로하우스'도 도시 정비계획에 따라 오는 2010년께 철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옐로하우스가 없어진 자리에는 25~30층 규모의 아파트 8개동(868가구)과 오피스텔, 임대주택 등이 들어서고 공원과 주차장 등이 만들어진다. 이로써 1960년대 산업화와 동시에 관광진흥이란 명목으로 사실상 영업이 묵인됐던 인천의 대표적 집창촌 두곳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없어지는 집창촌을 두고 지역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성단체 측은 일단 집단 성매매 장소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선 환영할 일이지만 개발 이득이 다시 국가에 환원돼 여성들을 위한 정책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특정지역 일대 건물 주인과 업주들은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여성단체와 날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곳에서 수년째 성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들은 다시 뿔뿔이 흩어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역사속으로 잊혀질 인천 지역 집창촌을 취재했다.

■ 근대화와 함께 시작된 인천 집창촌의 역사

인천 숭의동의 옐로하우스는 1902년 중구 신흥시장 자리에 있던 일본식 유곽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62년 당시 군사혁명정부가 이 유곽을 지금의 장소로 이전시켰고 이때 가건물 외벽이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져 옐로하우스란 별칭이 붙여졌다. 옐로하우스는 1980년대 인천항의 교역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한때 윤락여성 수만 300여명에 달하는 등 전국에서 이름난 집창촌으로 승승장구 한다. 그러나 1990년대 경기불황과 함께 쇠퇴기를 맞았고 지난 2004년부터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후 지금은 20여곳, 100명 정도만 남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철거된 끽동도 1960년대 집창촌으로 그 모습을 갖추게 된다. 1962년 당시 정부는 전국에 산재하던 성매매집결지 중 104곳을 특정지역으로 지정하게 되는데 이 때 인천에선 끽동과 옐로하우스가 특정지역으로 지정된다. 이 곳도 한창 잘나가던 1980년께는 160여명의 여성들이 일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집창촌 여성들 무엇을 생각하나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은 어떤 이유로 왜 매춘을 시작하게 됐을까. 지난해말 지역 집창촌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이 매춘하게 된 동기는 대부분 돈 때문이었다.

매춘 동기에 대해 묻는 질문에 79.5%의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매춘 선택 경로는 스스로가 선택했다고 한 사람이 82.1%였고 최초 매춘 시작 연령은 20~28세가 95%에 달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49%가 만족한다고 말했고 언제까지 매춘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64.2%가 1년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평균 수입은 월 150만~300만원이라고 답변한 사람이 55%로 가장 많았다.

설문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인천 지역 집창촌 여성의 상당수는 단기간 돈을 벌 목적으로 매춘을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방세와 식대, 영업비, 선수금 이자 등의 명목으로 업주에게 매달 수백만원씩의 돈을 주며 사실상 빚 더미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집창촌 개발을 둘러싼 논란

현재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끽동의 경우 4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 4개동이 올라가고 있고 어린이 공원과 주차장 등 각종 시설물이 속속 지어지고 있다. 숭의동의 옐로하우스도 이와 비슷한 계획에 따라 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과 여성단체들은 성산업의 경제적 논리에 따라 착취당해온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법(성매매 특별법)의 해결방안이 도심 재개발 사업이라고 하면 이것처럼 모순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개발이 가능해진 집창촌에 해당 건물주와 업주들의 배만 채워주는 획일적인 도심 재개발 사업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역 여성단체들은 개발 이익을 다시 성매매 여성들의 재활을 돕거나 각종 여성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재원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발의 공공성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집창촌 지역의 건물주와 업주 등은 명백한 사유재산 침해라고 맞받아친다. 시나 관할 구청도 법적 근거가 없어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 떠나는 집창촌 여성들 다시 성매매의 굴레로

지난 21일 인천 여성의 전화 사무실. 이 곳에선 성매매를 하다 다시 사회로 나온 이들의 자활을 돕고 있다. 20명 안팎의 성매매 여성들이 각종 기술을 배우며 사회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중 이런 방식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이 곳 관계자의 얘기다.

배임숙일 여성의 전화 회장은 "끽동이 철거된후 그 곳에서 일하던 성매매 여성과 업주들 일부가 옐로하우스로 옮겨가 지금도 성매매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옐로하우스 여성들은 이 곳이 철거되면 다시 업주들을 따라 타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신종 성매매업소로 들어갈 확률이 크다"고 설명했다.

배 회장은 "성매매 여성들의 개인적 삶의 판단까지 우리가 나서 재단할 순 없다"며 "성매매 굴레를 벗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당사자의 몫"이라고 했다.

2년 남짓 남은 옐로하우스 철거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의 하루는 어제와 차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