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보이2:골든 아미 (Hellboy 2 : The Golden Army)

2008년/ 미국/ 119분/ 액션, 판타지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론 펄만, 셀마 블레어, 더그 존스, 존 알렉산더, 제프리 탬보
개봉일: 2008.9.25.목 (12세 관람가)
홈페이지: http://hellboy2008.kr/
★★★★★★ (6.0/10)

어느덧 예술보다 은막 위에 펼쳐지는 흥행산업의 도구로 일방적인 가치만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의 영화세계 안에서 '작가'란 단어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프랑스의 영화비평가 '알렉산드르 아스트뤼크(Alexandre Astruc)'는 일찍이 '오뙤르(auteur)'란 단어로 이를 좀 더 명확히 구분지어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수의 인원을 통제하고 관할하여 작품을 이끌어 가는 영화감독의 기능적 역할을 넘어, 작품 속에 자신이 가진 고유한 개성을 녹여내는 진정한 창작자로서의 가치와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반대로 우리는 어떤 감독이 만들어낸 일련의 작품들 속에서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정서나 세계관이 일관되게 포착될 때 작가란 칭호를 부여하길 꺼리지 않는다.

영화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직적인 협력으로 완성되는 매체임은 부정할 수 없고, 그렇다면 굳이 연출가에게만 부여되는 이런 호칭이 다소 불공평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작품 전체를 주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더불어 예술가라는 본연의 무게까지 짊어진 감독의 역할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피력하는 예이기도 할 것이다.


적어도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멕시코 출신의 영화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는 명실상부한 '영화작가' 중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장편 데뷔작 '크로노스(Cronos·1993)'부터 이미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할리우드 입성작인 '미믹'과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했던 뱀파이어 액션영화 '블레이드 2' 등의 작품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하다. 하지만 진정한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은 역시 '판의 미로(El Laberinto del fauno·2006)'라 할 것이다. 고향인 멕시코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뚜렷이 드러내는 작품들을 만들어내면서도 더불어 그에 비해 타협적으로까지 보이는 할리우드의 전략적 상업영화들을 번갈아 작업해 오고 있는 그는 어떠한 경우이건 자신만이 가진 상상력으로 빚어낸 어두운 판타지를 교묘히 녹여낸다. 심지어 그가 직접 연출한 것이 아닌 제작만 한 작품들에서조차 냉소적이고 차가운 판타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그 어두운 판타지란 냉혹하고 살벌한 현실을 은유하고 있기에 단순히 허무맹랑한 공상이 줄 수 없는 공감과 감동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번 작품 '헬보이 2: 골든 아미'는 4년 전 선보였던 전편과 함께 후자의 경향에 속하는 영화로 그의 흥행가적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1편의 경우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와 '블레이드 3'의 연출제의를 거절하면서까지 선택했다고 해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스스로가 원작만화의 광 팬임을 자처하는 '델 토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역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신선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속편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기대하는 더욱 거대해진 규모의 화려함을 만족시키면서도 전편이 지녔던 캐릭터들의 매력과 유머감각 등 다양한 장점들을 최대한 되살리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그의다음 프로젝트인 '호빗'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사뭇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