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세븐 파운즈 (Seven Pounds)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세븐 파운즈 (Seven Pounds) 지면기사

    세븐 파운즈 (Seven Pounds)2008년/ 미국/ 123분/ 드라마, 미스터리 감독: 가브리엘 무치노 출연: 윌 스미스, 로자리오 도슨, 우디 해럴슨 개봉일: 2009.02.05.목 홈페이지: http://www.7pounds.co.kr/ ★★★★★★☆ (6.5/10) 재작년 이맘때 개봉했던 영화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2006)'는 무일푼 세일즈맨에서 주식중개인으로 크게 성공한 실존인물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휴먼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다. 아들과 함께 노숙을 전전할 정도로 추락한 생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한 그의 기적 같은 이야기는 근래 할리우드 영화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정통 멜로 드라마의 기조 안에서 강렬한 교훈적 메시지까지 녹여내는 매우 독특한 결과물로 관객들을 감동시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모든 사람들에게 흔쾌히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은 주지해야할 사실이다.'행복을 찾아서'의 '가브리엘 무치노(Gabriele Muccino)' 감독을 주축으로 한 중요 스태프들과 주인공 '윌 스미스'가 간만에 다시 모여 내놓은 '세븐 파운드'는 많은 부분에서 전작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이다. 이번엔 실화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한 순간의 과오로 인생의 나락에 떨어진 주인공이 최선의 선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짧은 여정은 아름다운 화면,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매우 섬세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앞서 언급한 '행복을 찾아서'와 마찬가지로 잘 만든 짜임새와는 별개의 상당히 회의적이고 논쟁적 결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까지도 유사하다. 영화는 주인공 '벤 토마스(윌 스미스 扮)'가 찾아다니는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이들의 관계를 통해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이끌어내면서 동시에 사이사이 파편처럼 그의 과거를 삽입함으로써 해답을 위한 작은 단서들을 제공한다. 과연 그가 저지른 과오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이들을 통해 계획한 최후의 계획이 무엇인지 영화는 결말에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잉크하트: 어둠의 부활 (Inkheart)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잉크하트: 어둠의 부활 (Inkheart) 지면기사

    잉크하트: 어둠의 부활 (Inkheart)2008년/ 미국, 영국, 독일/ 106분/ 판타지, 모험 감독: 이안 소프틀리 출연: 브랜든 프레이저, 엘리자 호프 베넷, 폴 베타니, 헬렌 미렌, 앤디 서키스 개봉일: 2009.1.29.목 홈페이지: http://www.inkheart.kr/index.html ★★★★★★ (6.0/10)먼 훗날 영화계를 되짚어본다면 아마 지금의 시대는 판타지 영화의 전성기로 회고되지 않을까 싶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등으로 불붙기 시작한 대형 판타지 연작의 대세는 동양권에서는 서사무협물의 다른 갈래로까지 확장됐는데, 중간 중간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 중세나 근대, 또는 이와 유사한 허구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런 작품들은 장르의 특성상 대규모 제작비의 투자를 기본으로 초호화 캐스팅을 동반한다. 또 가족단위의 폭넓은 관객 층을 타깃으로 하며 대부분이 성공한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전반적인 공통점. '잉크하트: 어둠의 부활' 역시 그와 같은 노선 상에 놓여있는 작품이다. '해리 포터'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과 비견되고 있는 독일의 여류소설가 '코넬리아 푼케(Cornelia Funke)'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무대를 현실공간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판타지 작품들과 차별되는 가장 두드러진 부분으로 보인다. 물론 그것이 실제 이야기의 전개방식이나 작품의 스타일에 있어 그리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최선의 오락적 요소란 판타지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보다는 문제의 책 '잉크하트'를 뺏고 뺏기지 않기 위해 주인공 일행들이 엎치락뒤치락 펼쳐내는 모험에서 더 크게 파생된다. 원작을 가진 작품들을 대할 때마다 매번 차이와 변화가 얼마나 클지 궁금해지지만, 우리는 그 상관성이란 게 둘을 비교하기 위한 작은 수고에 불과할 뿐, 결국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재미를 평가하는데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앞선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자기야"…"얘들아"…'스크린나들이' 어때?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자기야"…"얘들아"…'스크린나들이' 어때? 지면기사

    과거로부터 설은 추석과 함께 한민족의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세계화라는 명목 하에 전통적인 것들이 차차 사라져 가는 풍경 속에서도 유독 양력 새해보다 음력 설의 비중이 나날이 커지는 것은 다소 의아한 풍경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연휴를 배정하는 정부의 시책이나 나날이 어려워지는 경제사정으로 둘 다를 즐기기엔 버거운 요즘의 사정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이유일 것이다. 영화계 역시 계속된 불황을 피할 수는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최대의 대목을 맞이한 극장가의 풍경도 예년에 비해서는 상당히 시들한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름 관객들을 유혹할 최선의 작품들을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이렇다할 대작이나 이슈가 될 정도의 화제작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일단 전통적인 명절에는 한국영화가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이를 겨냥한 전략적 작품들이 늘 있어왔다. 올해는 과거 '두사부일체'팀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내놓은 '유감스러운 도시'(김동원 감독, 정준호·정웅인)가 구색 면에서 간신히 체면은 유지하고 있는데 그 완성도나 만족도는 상당히 유감스럽다. 일단 너무나 유명한 '무간도'를 연상케 하는 무책임한 설정도 그렇지만, 영화 전반의 억지스러운 전개와 코미디는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는데는 역부족이다. 아무리 가벼운 코미디가 제격인 명절 분위기를 겨냥했다해도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가 갖추어야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조차 미달된 작품이 온전히 유쾌할 리는 만무하다. 정히 한국영화에 대한 아쉬움과 욕구를 참을 수 없는 관객들이라면 앞서 개봉한 '쌍화점'(유하 감독, 조인성·주진모)이나 의외의 롱런을 하고 있는 '과속스캔들'(강형철 감독, 차태현 박보영)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싶다. 단순히 규모와 익숙한 극영화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면 의미도 있고 감동적인 한국영화들을 만날 수도 있다. 수시로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독도문제의 현재를 보통사람들의 시선에서 기록한 '미안하다 독도야'(최현묵 감독)와 소와 할아버지의 40년 동안의 우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한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버터플라이 (Le Papillon/ The Butterfly)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버터플라이 (Le Papillon/ The Butterfly) 지면기사

    버터플라이 (Le Papillon/ The Butterfly)2002년/ 프랑스/ 83분/ 드라마 감독: 필립 뮬 출연: 미셸 세로, 클레어 부아닉, 나드 디유 개봉일: 2009.01.15.목 (전체 관람가) 홈페이지: http://www.prevision.kr/ ★★★★★★★☆ (7.5/10)무뚝뚝한 어른과 상대적으로 티없이 맑고 앙증맞은 꼬마. 티격태격 잠시도 편안할 수 없는 이 둘의 조합이란 게 그리 어울리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은막의 세계 속에서는 의외로 환영받는 익숙한 인물구도이기도 하다. 이제는 전세계 관객들의 마스터피스로 자리잡은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으로부터 체코영화 '콜리야(Kolya, 1996)', '월터 살레스' 감독의 브라질 영화 '중앙역(Central Do Brazil, 1988)', 비교적 최근에 개봉했던 이스라엘 영화 '누들(Noodle, 2007)'과 이 영화 '버터플라이'의 주인공이기도 한 '미셸 세로'가 비슷한 캐릭터로 주연했던 '쁘띠 마르땅(Le Monde de Marty, 2000)' 같은 영화들은 생면부지의 어른과 아이가 만나 충돌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낸 영화들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대개 이런 작품들에 등장하는 어른들이란 대부분 삶의 힘겨운 무게에 짓눌려 있거나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들의 일상에 끼여드는 순수한 -영혼을 지녔을뿐 아니라 깜찍한 외모까지 가진- 아이들은 편견과 고집으로 똘똘 뭉친 어른들의 건조하고 견고한 일상에 파고들어 균열을 만들고 딱딱한 껍질 속에 꽁꽁 감추어져 방치되었던 순수성과 인간애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당연히 그 과정에 있어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은 극중 인물만은 아니다. 이 영화 '버터플라이' 역시 이런 전형적인 세대 차 커플이 우연찮게 여행에 동행하게 되면서 겪게되는 좌충우돌을 전면에 내세워 재미와 감동에 욕심낸 작품이다. 유사한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 과감한 생략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단숨에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데,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워낭소리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워낭소리 지면기사

    워낭소리 (Old Partner) 2008년/ 한국/ 78분/ 다큐멘터리 감독: 이충렬 출연: 최원균, 이삼순개봉일: 2009.01.15.목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warnangsori ★★★★★★★ (7.0/ 10) 특별히 이렇다할 긴박한 순간의 포착이나 핏대 세워 강요하는 주제의식도 없고, 언제부턴가 다큐멘터리라 하면 당연히 있어야할 것처럼 익숙해져버린 내레이션조차 없는 '워낭소리'는 참으로 담백하고 심심한 작품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주인공 노인 내외와 그들의 손을 거쳐가는 세 마리 소들의 일상처럼 영화는 욕심이나 조급함 없이 유유자적 흐를 뿐인데 그 느긋함과 녹녹함이 스며들어 흥건히 골을 이루는 감정의 깊이는 결코 범상치 않다. 감독이 작품을 처음 기획했던 때는 2000년 즈음이었다고 한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10년 만에 개봉이 현실화되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제작과 개봉준비에 소요된 데는 구구절절 사연도 많았다. TV 방영을 목적으로 했던 처음의 소박한 기획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무산되었고, 점차 늘어난 기간과 이로 인해 불어난 제작비는 제작자와 감독을 애타게 했다. 하지만 당초 기획의도였던 쇠약해져 가는 '아버지'들에 대한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는 의도만은 끝끝내 지켜냈고 변할 수도 없었다고. 그 우직한 욕심은 우리가 숨가쁜 일상을 핑계로 내팽개친 아버지의 존재감과 더불어, 어쩌면 얼마 안 있어 동물도감 속에서나 흔적을 기억하게 될지도 모를 우리 소들의 정겹고 애틋한 모습까지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안 그런 영화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워낭소리'는 더욱 특별하게 작품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감흥의 폭이 온전히 관객 스스로의 몫인 작품이다. 지금처럼 수동적 영화보기가 익숙한 대부분의 관객들에겐 기대보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밋밋한 '이야기'로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더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포착하거나 감정이입에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연출가가 의도한 것이나 화면 안팎으로 존재했던 사실보다 과잉된 감동과 교훈까지도 얻어낼 수 있을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쌍화점(雙花店)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쌍화점(雙花店) 지면기사

    쌍화점 (雙花店) 2008년/ 한국/ 143분/ 드라마 감독: 유하 출연: 조인성, 송지효, 주진모 개봉일: 2008.12.30.화 홈페이지: http://www.ssanghwa.co.kr/ ★★★★☆ (4.5/10) 1970년대와 1980년대 거대 자본과 투철한 오락성으로 무장한 외화들이 절대적 흥행력을 장악하고 있던 그 시절, 열세의 한국영화가 그나마도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어필할 수 있었던 최선의 무기는 에로티시즘이었다.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중견감독들의 작품부터 작은 동시상영관으로 직행했던 헐렁한 B급 성인물까지 후끈한 입김과 살색이 넘쳐났다.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한국영화들의 모양새와 경향들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아마도 짧은 태평성대를 뒤로 하고 하루가 다르게 위축되어만 가는 지금의 영화판세와도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진실로 역사는 순환하고 반복되고 있다.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동성애와 파격적인 노출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는 '쌍화점'은 여러모로 바로 앞서 개봉했던 '미인도'를 연상시킨다. 역사 속에 존재하는 작은 모티브에 크게 의존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 작품들이라는 공통점부터 당연하겠지만, 그보다는 기본적인 사건을 이루는 삼각관계와 이를 형성하는 등장인물들 간의 형태가 더욱 그렇다. 소극적인 캐릭터들은 대의와 명분 앞에 숨죽이며 애증과 연민을 쌓아가지만 결국 열정을 향한 인간 본연의 나약함은 파국을 부른다. 유감스러운 것은 영화가 이런 작은 관계에 집착하는 것은 좋으나 상대적으로 축소되거나 배경에 머무르고 만 다른 주변인물들과 필요 이상으로 거대한 배경들은 되레 이야기를 공감하는 데 방해가 될 지경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갈팡질팡하는 캐릭터들을 따라 혼란스럽고 어렵게나마 잠시 이입되었던 감정들은 쉬 증발해 버린다.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여전히 관객들이 이 영화를 마주하며 가장 궁금해 할 만한 것은 다른 지점에 존재한다. 과연 이 영화가 그렇게 야하단 말인가? 다행스럽게도(?) 초반 잠시 등장하는 동성애 묘사장면은 풍문에 비하면 턱없이 보잘것없지만,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지구가 멈추는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지구가 멈추는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지면기사

    지구가 멈추는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2008년/ 미국/ 106분/ SF, 스릴러 감독: 스콧 데릭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제니퍼 코넬리, 제이든 스미스 개봉일: 2008.12.24.수 홈페이지: http://www.foxkorea.co.kr/DTESS/★★★★★★ (6.0/10)어떤 식으로든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을 새롭게 확장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단순한 속편이나 비교적 근래 인기를 얻었던 작품의 리메이크에 비해 오래된 고전의 리메이크는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아무래도 최첨단의 영상 기법과 테크닉에 산전수전(?) 다 겪은 관객들의 시선을 만족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해선 낡은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더불어 원작이 지니고 있는 매력도 결코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또 과거의 작품들의 명성이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과장되게 기억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비교수위는 더욱 상승하게 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엔간히 수작을 만들어낸다 해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까운 예로 흥행의 미다스 '스티븐 스필버그'가 새롭게 해석했던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2005)'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매력적인 요소들이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한계에 머무른 결말은 관객들의 질타의 표적이 되었고 영화 전체에 대한 평가와 만족도까지 동반 하락시키고 말았다. 1951년 발표된 원작영화 '지구 최후의 날'은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1953)'과 함께 50년대를 대표하는 SF고전 중 한 편이다.원작이 발표된지 어느 덧 반세기가 지났건만 오만하고 방자한 인간들에게 최후 통첩을 전달하러 온 외계인 '클라투'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고 더욱 절절한 울림을 갖는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영화는 우려했던 것에 비해 원작이 지니고 있던 단층적이고 표면적이던 드라마를 현대적으로 확장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는데, 새로울 것은 없지만 적절히 활용된 특수효과와 더불어 충분히 볼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벼랑 위의 포뇨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벼랑 위의 포뇨 지면기사

    벼랑 위의 포뇨 2008년/ 일본/ 100분/ 판타지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개봉일: 2008.12.17.수 홈페이지: http://www.ponyo.co.kr/ ★★★★★☆ (5.5/10) 역사라는 평행선 위엔 각기 다른 영역에서 인류 문명을 개척하고 주도한 수많은 천재들의 이름이 나열되지만 아쉽게도 그들이 일궈낸 성과나 삶 자체에 대한 대접이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여러모로 축복 받은 인물 중 한사람일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인 애니메이션,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매김한 제작사가 '스튜디오 지브리'이고, -스튜디오 안에는 다른 감독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 대중들에게 유독 지브리와 동일시되는 이름으로 대접받은 것이 바로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도 남다르지만 일찍이 그 재능을 널리 인정받아 이미 살아있는 전설로까지 대접받고 있으니 창작자로서 이보다 더한 보람과 기쁨이 있을까?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인 1997년, 하야오 감독은 돌연 은퇴를 공식 선언했었다. '원령공주'를 발표한 직후 공개된 그의 은퇴 소식이 가져온 충격은 꽤나 상당한 것이었는데, 전세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존재했던 하야오와 더 넓게는 지브리의 수많은 팬들의 존재를 고려하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사연으로 인해 다행히 그의 은퇴는 실현되지 못했지만, 어떻든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결국 이를 번복해 버린 해프닝은 이전까지 확고부동하던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신뢰가 이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후 발표된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은 흥행적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주인공과 설정만 달리할 뿐 특별히 다를 것이 없는 자기 복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하야오는 자신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번 '벼랑 위의 포뇨'는 뜻밖에도 한동안 크게 매달렸던 컴퓨터그래픽과 서사적 스케일을 과감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트와일라잇 (Twilight)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트와일라잇 (Twilight) 지면기사

    트와일라잇 (Twilight) 2008년/ 미국/ 121분/ 판타지, 로맨스 감독: 캐서린 하드윅 출연: 로버트 패틴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빌리 버크 개봉일: 2008.12.10.수 홈페이지: http://www.twilight2008.co.kr/ ★★★★★☆ (5.5/10) 모든 것이 수치(數値)로 평가되는 작금의 시대, '트와일라잇'은 차갑고 전략적인 마케팅 소비문화시장의 최전방에 위치한 '대표상품'이라 할 것이다. 2005년 발간된 첫 번째 소설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면서부터 이미 이 현대적인 로맨스 판타지의 영상화는 기정사실화 되었지만, 부지런하게도 매년 한 편씩 꾸준한 속편이 발표될 때마다 갱신된 새로운 기록들과 그만큼 집요해진 팬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영화화에 있어 무시못할 부담으로 가중되어만 갔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확실히 자리매김한 인지도와 더불어 확실한 흥행성에 대한 반증인 것도 사실. 결국 모습을 드러낸 영화 '트와일라잇'은 예상대로 원작소설이 일궈낸 신드롬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기록들을 써 내려가고 있다. 국내 수입사 역시 이런 화제성과 성공의 데이터들을 최선의 홍보도구로 선택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유감스러운 사실은 그 화려한 기록들이란 게 국내 관객들에게는 그리 살갑게 느껴질 정도의 현실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영화의 개봉과 발맞춰 한 동안 뜸했던 원작소설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단 커졌고, 더불어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번역서의 판매량도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평범한 주부였다가 처녀작 한 편으로 거대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원작자의 공통된 이력으로 더욱더 비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불러일으킨 정도의 대중적인 화제로까지 확장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이런 전반적인 배경과 원작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만약 흡혈귀라는 신비로운 소재나 예고편에서 잠시 엿볼 수 있는 긴박한 액션 신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관객들에게라면 이 작품은 더욱 실망스런 작품이 돼버릴지도 모른다. 나름 새롭게 해석하고자 노력한 흡혈귀에 대한 정의는 그리 신선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으며, 영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쏘우 5 (Saw V)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쏘우 5 (Saw V) 지면기사

    쏘우 5 (Saw V) 2008년/ 미국/ 92분/ 공포, 스릴러 감독: 데이비드 헤클 출연: 토빈 벨, 샤니 스미스, 스콧 패터슨 개봉일: 2008.12.03.수 ★★★★★(5.0/10) 2003년 불과 10분 짜리 단편영화 '쏘우'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 정도로 대단한 히트상품(?)이 되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년 후 장편으로 확장된 '쏘우'는 경이로운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중소 영화사였던 '라이온 게이츠'를 단번에 메이저로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발판이 되었고, 제작진은 그 여세를 몰아 매년 할로윈 데이에 때맞춰 속편을 개봉해오고 있다. 처음보다야 많이 시들해졌다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쏘우'팬에게 이제 이것은 하나의 연례행사가 되어버렸고 과연 그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쏘우' 1편이 기존 공포영화팬들을 넘어 광범위한 일반대중들에게까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키워드는 소위 말해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애당초 플롯의 정통성을 내던진 채 기괴한 살인장치와 고전적 밀실트릭을 교묘히 뒤섞은 90분 동안의 혼돈은, 뜻밖의 결말과 이를 극적으로 부각시킨 능란한 테크닉을 통해 폭력과 잔혹성을 뛰어넘는 카타르시스로 전환됐다. 능통한 기계공학을 활용한 독특한 부비트랩을 만들어 사람들을 시험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생명의 고귀함을 설파하는 전대미문의 연쇄살인마 '직소'의 캐릭터에 제작진은 특별한 애착을 지닌 것으로도 보이지만, 관객들은 오로지 더 강력한 결말에 집착했고 새로운 속편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런 반전의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다섯 번째 작품은 이전 그 어떤 전작보다 반전이 약하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는 4편에서 공식적인 죽음을 맞이한 '직소'의 생명력이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다는 한계성의 인정이자, 그럼에도 앞으로 계속 진행시켜야만 할 새로운 속편들의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자 희생이기도 하다. 그래서 '쏘우 5'는 전작을 기억하며 더 나은 것을 고대하는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나의 친구, 그의 아내 (My Friend & His Wife)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나의 친구, 그의 아내 (My Friend & His Wife) 지면기사

    나의 친구, 그의 아내 (My Friend & His Wife) 2006년/ 한국/ 드라마 감독: 신동일 출연: 장현성, 박희순, 홍소희 개봉일: 2008.11.27.목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friendnwife ★★★★★★ (6.0/10) 최근 충무로 전반에 불어닥친 불황의 한파는 끝없는 비관론은 차치하더라도 실제 눈에 띄게 줄어든 제작편수와 더욱 주린 배를 움켜쥔 채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현장 스태프들의 얼굴로 증명되고 있지만, 딱 한가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겁 없이 부풀어만 오르던 허영의 거품이-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어느 정도는 가라앉았다는 것. 이런 와중에도 소위 대박을 노리는 몇몇 전략 기획영화들은 말 그대로 '돈 놓고 돈 먹기'에 입각한 얼빠진 한탕주의에 정신을 놓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좀 더 면밀하고 신중한 기획과 투자가 자리를 잡고 있고, 경쟁적 과시를 위한 제살 깎아 먹기식 과잉홍보 등도 어느 정도는 줄어든 듯 보인다.그 연장선상에서 이미 오래 전에 완성됐지만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뒷전에 밀려나있던 영화들이 하나 둘 먼지를 털고 공개가 되고 있는 것도 최근 경향 중 하나이다. 근래 개봉했던 '도레미파솔라시도', '사과', '소년 감독' 같은 작품들이 길게는 3년 이상의 우여곡절을 겪고 난 후 뒤늦게 관객들을 만나게 된 경우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역시 처음 언론에 크랭크 인 소식을 전한 것이 2006년 여름이었고 그 해 완성되었으니 2년 반만에 개봉이 성사된 작품이다. 최근의 영화시장의 경향도 그렇지만, 그동안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얻으며 친숙해진 주연배우들의 인지도도 개봉결정에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홍보사는 여전히 '불륜'이나 '노출' 같은 말초적 단어와 이슈들이 그나마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기억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 듯 보이지만, 당연히 영화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충분히 파격적인 관계성과 사건을 소재로 채택하고 있음도 거짓은 아니지만, 애초 감독 주변 인물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발생되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바시르와 왈츠를 (Waltz With Bashir)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바시르와 왈츠를 (Waltz With Bashir) 지면기사

    바시르와 왈츠를 (Waltz With Bashir) 2008년/ 이스라엘·독일·프랑스/ 89분/ 애니메이션 감독: 아리 폴만 개봉일: 2008.11.20.목 홈페이지: http://www.bashir2008.com/ ★★★★★★★ (7.0/10) 지난 주 소개한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에 이어 이번 주에는 이스라엘을 주축으로 독일·프랑스가 합작으로 제작한 작품 '바시르와 왈츠를'을 소개한다. 제3세계 영화를 보기 힘든 국내 환경이지만 의외로 최근 이스라엘 작품들은 정식 개봉을 통해 한국 관객을 만난 작품들이 더러 있었다. '밴드 비지트: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 (2007)', '누들 (2007)', '젤리피쉬 (2007)', '레몬 트리 (2008)'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인데,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주목을 받고있는 이스라엘 영화의 현재를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래도 이들 작품들은 독특한 자연환경을 닮은 이국적 정서와 더불어 그들이 처한 현재진행형의 복잡한 정치상황이 공통적으로 묻어나 있는데, 확실히 보이는 것 이상의 울림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올해 칸느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되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바시르와 왈츠를' 역시 매우 강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안고 제작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감독 '아리 폴만'이 실제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스스로가 극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는 80년대 초 레바논 전쟁에 참여했던 그때의 강렬한 순간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음을 깨닫고 놀란다. 그는 당시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지인들을 찾아가 과거를 재조합해나가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것은 감독 스스로나 관객 모두가 우려했던 추악한 진실이다. 외형적으로는 크게 만화영화라는 장르적 구분으로 분류되겠지만 그 안에 다루고 있는 복잡 다단한 심리묘사나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만들어낸 영상의 신선함은 엔간한 실사영화를 능가한다. 일단 매우 현실적인 작화는 어느 순간 짐짓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인데, 90분 분량의 실사영화를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렛미인 (Lat den ratte komma in/Let the Right One in)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렛미인 (Lat den ratte komma in/Let the Right One in) 지면기사

    렛 미 인 (Lat den ratte komma in/Let the Right One in) 2008년/ 스웨덴/ 114분/ 드라마, 공포, 로맨스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출연: 카레 헤데브란트, 리나 레안데르손 개봉일: 2008.11.13.목 홈페이지: http://www.daisyent.co.kr/ ★★★★★★★☆ (7.5) 전 세계를 통틀어 올해 관객들에게 소개된 공포영화들 중 가장 성공한 대표작을 뽑으라면 이 영화 '렛 미 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년에 비해 유난히 완성도나 흥행 면에서 이렇다할 이슈를 터트린 작품이 없었던 올 한 해였기에 이 작품이 지닌 개성있는 흡입력은 상대적으로 더욱 두드러지기도 했고, 평론가들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세계 유수 판타스틱 영화제 대부분에서 그랑프리를 휩쓸었다.하지만 정작 영화를 접한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약간 다른 양상도 보인다. 대체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인정하지만 소문에 비해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 것이다. 화려한 수사어구로 인한 더 큰 기대가 실망을 가져왔을 수도 있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비영어권 영화에서 느끼는 생경함일 수도 있겠다. '제3세계'란 단어가 갖는 의미와 느낌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일단 거대 자본주의에 의한 급속한 세계화와 서민들에게까지 보편화된 세계여행의 유행은 한때 그것이 지녔던 일종의 '두려움'이나 '신중한 관찰'의 전제를 '흥미로움' '예정된 친숙함' 정도로 변화시킨 듯싶다. 이러한 관심의 변화는 영화를 비롯한 음악과 예술 전반에 걸쳐서도 예외는 아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가벼운 동기에 걸맞게 기본적인 '전통'이나 '역사', 그리고 좀 더 깊이 있는 '지역문화(local culture)'는 여전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대면하는 자세는 달라졌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단편적이고 편식적이며 무책임한 것이다.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이 반가운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북구유럽 영화라는 점이고 그곳만이 간직하고 있을 이국적 정서와 특색을 -적어도 짐작이라도 해 볼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 (Seven Souls in the Skull Castle)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 (Seven Souls in the Skull Castle) 지면기사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 (Seven Souls in the Skull Castle) 일본/ 161분/ 다큐멘터리, 액션, 코미디 감독: 이노우에 히데노리 출연: 후루타 아라타, 미즈노 미키, 사카이 마키, 사토 히토미 개봉일: 2008.11.06.목 홈페이지: http://www.geki-cine.kr/ ★★★★★☆ (5.5/10) 크게 의미를 두고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지만, 올해는 한국극장에서 일본영화를 공식적으로 볼 수 있게 된 지 만 10년째 접어드는 해이다. 1998년 12월 개봉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Hana-bi·1997)'가 영광스런 첫 작품의 포문을 연 후 뒤이은 다양한 일본의 대중문화들이 우리 곁에 찾아들었다. 개방 당시 일본 저질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드높았지만 음악과 TV드라마, 무엇보다 일본의 대표상품이라 할 수 있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국내 창작, 소비시장에 이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고, 지금은 일본 에로영화를 지칭하는 '핑크 무비'를 집대성하는 영화제까지 개최되기에 이르렀다.극장에서 정식으로 일본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고 믿기지 않았던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벌써'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지금처럼 일본문화를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겨우'란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동안 수많은 일본영화가 국내 관객들을 만났고, 다양한 감흥을 안겼지만 이번에 개봉하는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은 좀더 유별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표방하고 있는 영화적 장르는 'GEKI X CINE'. 일본어로 연극을 뜻하는 '엔게키'와 영화의 '시네마'를 더한 합성어인데, 말 그대로 무대에서 상연된 연극무대를 필름에 담아 극장에서 감상하도록 만든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영화는 2시간40여분에 육박하는 무대공연의 실황을 스크린 위에 재현한다.돌이켜 보면 우리가 이와 유사한 영상물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아니기에 형식 자체가 새롭다고 할 순 없다. 이미 유명 오페라나 뮤지컬 등이 공연실황 형태로 발매되는 경우는 많이 있었고, 특히 비디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소년 감독 (Boy Director)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소년 감독 (Boy Director) 지면기사

    소년 감독 (Boy Director) 2008년/ 한국/ 82분/ 드라마 감독: 이우열 출연: 김영찬, 론다 리 잭트니, 김상호, 최여진, 윤제문 개봉일: 2008.10.30.목 (전체 관람가) ★★★★★ (5.0/10) 강원도 깊은 산골마을 노을골에 사는 11살 소년 '상구'.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살아가는 상구에게 음악과 그림을 즐겼던 따뜻한 아버지의 기억과 흔적들은 삶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네 어귀에 자리잡은 창고에 그려진 아버지의 벽화를 사진으로 옮겨놓지 못해 늘 안절부절 못하던 상구는 큰맘 먹고 아버지의 오래된 8㎜ 카메라를 꺼내들지만 거사는 수포로 돌아가고, 설상가상으로 마을 개발로 인해 수일 내 창고가 허물어진다는 소식까지 듣게 된다. 카메라 사용법도 모르고 달랑 하나뿐이던 필름조차 못쓰게 만들어버린 상구는 크게 낙심하지만, 다행히 과거 영화감독을 자처하는 읍내 사진관 할아버지의 조언으로 서울에 있다는 청소년영화학교의 존재를 알게 된다. 상구는 눈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서울상경을 결심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내에 카메라 사용법을 배우고 필름을 구해와야만 한다.시골마을, 소년, 소녀, 동물…. 이런 단어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일단 관객들에게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선다. 실제로 특별히 어긋나고자 작정한 영화가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은 가족영화로 사랑받고 있고, 이런 영화들에게서 훈훈한 웃음과 감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이 영화 역시 이런 기대의 영역 안에 확실히 머무르는 작품이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주인공 상구가 사는 세상엔 표독스런 악인은 없고, 꿈결같은 풍경과 아기자기한 상황 속에 순진한 시골소년의 서울상경기는 의외로 '안전한' 모험이 된다. '소년감독'은 매우 계획적이고 솔직한 영화이다. 주인공 곁에 존재하거나 스쳐 지나는 모든 인물과 사물들은 어느 것 하나 직접적인 상징과 은유의 매개체가 아닌 것이 없고, 전개와 결말 역시 일반적인 성장영화가 전통적으로 선택하는 통상적 궤도를 고스란히 따른다.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너무 정도(正道)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바디 오브 라이즈(Body of Lies)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바디 오브 라이즈(Body of Lies) 지면기사

    바디 오브 라이즈(Body of Lies) 2008년/ 미국/ 128분/ 액션, 스릴러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러셀 크로우, 마크 스트롱 개봉일: 2008.10.23.목 홈페이지: http://www.bodyoflies2008.co.kr ★★★★★★☆ (6.5/10)외국의 경우 노장 감독들의 작품 활동이 활발히 눈에 띈다. 이는 제작자 입장에서 창작자이자 하나의 브랜드로서 관객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된 감독의 인지도가 흥행에 장점으로 존재한다는 계산이 우선 클테고, 오랜 연륜과 안정된 퀄리티로 최소한의 작품은 뽑아낸다는 신뢰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일단 감독의 재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늘 제자리에 머문다거나, 이전보다 더 나은 그 무엇을 이끌어내지 못해 결국 시대에 뒤떨어지는 감독은 이전의 명성이 어떻든 결국 도태되고 만다.어쩌면 대부분의 감독들이 어느 정도 기반을 쌓은 후 제작자로 변신해 자신이 지지하는 작품들을 후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에 주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를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런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제 고희를 넘긴 그는 그 유명한 SF 호러의 걸작 '에이리언(Alien·1979)'을 통해 명성을 얻은 후 현대 SF 느와르 효시라 불리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1982)', 페미니즘 로드무비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1991)', 대작시대물의 봇물을 터뜨린 '글래디에이터(Gladiator·2000)'까지 쉬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가진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풀어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모든 작품들이 빼어난 완성도나 단순한 흥행 성공 정도에 머문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영화적 유행을 선도하는 선구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주목할 부분이다. 사이사이 빨리 잊혀지는 것이 도움이 될만한 작품들도 분명히 만들어냈지만, 그는 이렇게 뚜렷한 성과와 족적들을 통해 죽지않는 자신의 존재성을 입증해온 것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미쓰 홍당무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미쓰 홍당무 지면기사

    미쓰 홍당무 2008년/ 한국/ 100분/ 코미디, 드라마 감독: 이경미 출연: 공효진, 이종혁, 서우, 황우슬혜, 방은진 개봉일: 2008.10.16.목 (18세 관람가) 홈페이지: http://www.misshong2008.co.kr ★★★★★★★ (7.0/10) 외국의 경우 성공한 배우나 감독들이 제작자로 변신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무래도 배우들보다 제작환경과 시스템을 잘 이해하는 감독들의 경우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공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샘 레이미', '아마겟돈'의 '마이클 베이', '펄프 픽션'의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인물들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레옹', '제5원소' 등으로 입지를 쌓은 프랑스의 감독 '뤽 베송' 역시 제작자로서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데, 이제는 자신이 연출한 작품보다 제작한 영화들의 수가 훨씬 많을 지경이다. 이런 감독들의 제작자 변신은 그 배경에 적잖은 이유와 목적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창의성보다는 수익 가능성과 마진에 집착하는 제작사들의 횡포(?)에 질려 순수한 창작의 세계를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도 있을 수 있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독특한 영화를 -굳이 자신이 연출해야하는 짐을 벗어내고- 좀 더 수월하게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고, 또 감독의 눈이라는 전문적 레이더로 발굴한 가능성 있는 신인감독들의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이런 과외활동을 실천해내고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감독들의 상당수가 아직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 대에 몰려있음도 주목할 만한 경향이다.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경향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악어', '빈 집' 등을 연출해 세계적인 입지를 얻은 '김기덕' 감독은 올해 들어서만 '아름답다', '영화는 영화다' 등 2편의 영화를 연달아 내놓으며 제작자로서의 변신에 성공했다. 영화 '미쓰 홍당무' 역시 영화를 널리 알리고, 또 대중들에게 어필하는데 있어 가장 크게 부각시키고 있는 부분이 감독 '박찬욱'이 제작한 영화라는 점이다. 장담하건대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이글 아이 (Eagle Eye)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이글 아이 (Eagle Eye) 지면기사

    이글 아이 (Eagle Eye) 2008/ 미국/ 117분/ 액션, 스릴러 감독: D.J. 카루소 출연: 샤이아 라보프, 미셀 모나한, 빌리 밥 손튼 개봉일: 2008.10.9.목 홈페이지: http://www.cjent.co.kr/EagleEye/ ★★★★★★ (6.0/10) '스티븐 스필버그'가 10년 전부터 기획했다고 하는 '이글 아이'의 기본 콘셉트는 당시로서는 SF영화로 분류될 만한 아이디어였다. 불과 10년이란 세월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첨단 IT 기계문명으로 이런 황당무계한 상상을 충분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변화시켰으며, 당시로서는 버거웠을 제작기술 역시 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매우 스필버그적인 이 영화는 근래 그의 이름이 포함되며 공개되었던 상당수 영화와 마찬가지로 관객들에게 기대 이상의 영화적 결론이나 반전으로 만족감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과거 긴 시간에 걸쳐 충분히 맞닥뜨렸던 상상력 이상의 발상이라 할 수도 없고, 과정이나 치밀함에 있어서도 논리나 설득력보다는 어떻게든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기 위해 앞뒤 경황 없이 내달리기만 주력하는 최근 대다수 액션 스릴러 작품들의 경향에 비해 느슨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이 작품을 확실한 스필버그표 영화로서 장점을 갖게 만드는 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다소 허무맹랑한 상황설정과 무차별적인 차량 전복과 충돌 같은 필요 이상의 폭력적 엔터테인먼트에도 불구하고 '이글 아이'는 차라리 근래 그 어떤 액션 영화들보다 폭넓은 관람층을 수용하는 가족영화로서의 유용성은 더 크게 확보하고 있다.또 극중 악역으로 등장하는 '이글 아이'가 주장하는 '인류보완계획'과 그를 위해 처단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규정도 내면적으로 많은 생각을 던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역시 딱히 새롭다거나 그리 강력한 메시지로 욕심부리고 있지는 않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볼 수 있는 매우 전략적인 상업영화가 선택한 소재라기엔 꽤나 정치적이고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스필버그의 페르소나로서 '디스터비아(Disturbia·2007)'에서 호흡을 맞췄던 감독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고고 70 (GoGo 70)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고고 70 (GoGo 70) 지면기사

    고고 70 (GoGo 70) 2008년/ 한국/ 118분/ 드라마 감독: 최호 출연: 조승우, 신민아, 차승우, 이성민손경호, 최민철, 김민규, 홍광호 개봉일: 2008.10.2.목 (15세 관람가) 홈페이지: http://gogo70.kr/ ★★★★★★ (6.0/10) '최호' 감독의 전작인 '바이준', '후야유' 그리고 '사생결단'을 되돌아보면 그가 남다른 세련된 감각을 주무기로 하는 감독임을 우리는 인정하게 된다. 소재나 이 영화를 드러내는 모든 광고물이 풍기는 분위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고고 70'은 시대적 배경을 뛰어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로서 큰 욕심을 부리고 있는 작품이다.감독은 그동안 국내 음악영화들이 보여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출연진들을 연주와 노래가 가능한 실제 밴드로 구성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애초 뮤지컬과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들을 캐스팅하기도 했고, 그도 모자라 촬영 전부터 짧지않은 기간 동안을 악기 연주를 연습하고 홍대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치게 하는 등 뮤지션으로서의 끼와 재능을 갈고 닦도록 지시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공연을 위해서는 자그마치 10대의 카메라가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마치 가수들의 라이브를 기록하듯 배우들의 공연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려는 야심의 일부이기도 했다. 어쨌든 영화는 그런 노력이 무색하지 않은 결과물을 제공하고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그 화려한 장면들과 자유를 갈구하는 드센 목소리에 흔쾌히 어깨가 들썩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사실 지금의 세상이란 게 신나게 놀만한 것들이야 넘쳐나는 세상이지 않은가. 마음과 돈만 있으면 못할 것도, 거리낄 것도 없는 요즘같은 세상에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그렇게도 갈구하는 놀이의 카타르시스란 좀체 거리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당시 '고고 댄스'에 넋을 잃고 열광하던 청춘들이 목숨처럼 지켜내고자 노력하던 하룻밤의 정열이 품고 있는 의미가 단순한 유희에 머무르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 보면 웃음조차 나지 않는, 어이없고 살벌한 당시 정치적 상황

  •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헬보이2:골든 아미 (Hellboy 2 : The Golden Army)

    무비가이더 최원균의 영화폴더·헬보이2:골든 아미 (Hellboy 2 : The Golden Army) 지면기사

    헬보이2:골든 아미 (Hellboy 2 : The Golden Army) 2008년/ 미국/ 119분/ 액션, 판타지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론 펄만, 셀마 블레어, 더그 존스, 존 알렉산더, 제프리 탬보 개봉일: 2008.9.25.목 (12세 관람가) 홈페이지: http://hellboy2008.kr/ ★★★★★★ (6.0/10) 어느덧 예술보다 은막 위에 펼쳐지는 흥행산업의 도구로 일방적인 가치만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의 영화세계 안에서 '작가'란 단어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프랑스의 영화비평가 '알렉산드르 아스트뤼크(Alexandre Astruc)'는 일찍이 '오뙤르(auteur)'란 단어로 이를 좀 더 명확히 구분지어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수의 인원을 통제하고 관할하여 작품을 이끌어 가는 영화감독의 기능적 역할을 넘어, 작품 속에 자신이 가진 고유한 개성을 녹여내는 진정한 창작자로서의 가치와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반대로 우리는 어떤 감독이 만들어낸 일련의 작품들 속에서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정서나 세계관이 일관되게 포착될 때 작가란 칭호를 부여하길 꺼리지 않는다.영화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직적인 협력으로 완성되는 매체임은 부정할 수 없고, 그렇다면 굳이 연출가에게만 부여되는 이런 호칭이 다소 불공평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작품 전체를 주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더불어 예술가라는 본연의 무게까지 짊어진 감독의 역할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피력하는 예이기도 할 것이다. 적어도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멕시코 출신의 영화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는 명실상부한 '영화작가' 중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장편 데뷔작 '크로노스(Cronos·1993)'부터 이미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할리우드 입성작인 '미믹'과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했던 뱀파이어 액션영화 '블레이드 2' 등의 작품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하다. 하지만 진정한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은 역시 '판의 미로(El La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