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 (Seven Souls in the Skull Castle)

일본/ 161분/ 다큐멘터리, 액션, 코미디
감독: 이노우에 히데노리
출연: 후루타 아라타, 미즈노 미키, 사카이 마키, 사토 히토미
개봉일: 2008.11.06.목
홈페이지: http://www.geki-cine.kr/
★★★★★☆ (5.5/10)

크게 의미를 두고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지만, 올해는 한국극장에서 일본영화를 공식적으로 볼 수 있게 된 지 만 10년째 접어드는 해이다. 1998년 12월 개봉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Hana-bi·1997)'가 영광스런 첫 작품의 포문을 연 후 뒤이은 다양한 일본의 대중문화들이 우리 곁에 찾아들었다. 개방 당시 일본 저질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드높았지만 음악과 TV드라마, 무엇보다 일본의 대표상품이라 할 수 있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국내 창작, 소비시장에 이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고, 지금은 일본 에로영화를 지칭하는 '핑크 무비'를 집대성하는 영화제까지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극장에서 정식으로 일본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고 믿기지 않았던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벌써'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지금처럼 일본문화를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겨우'란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동안 수많은 일본영화가 국내 관객들을 만났고, 다양한 감흥을 안겼지만 이번에 개봉하는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은 좀더 유별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표방하고 있는 영화적 장르는 'GEKI X CINE'. 일본어로 연극을 뜻하는 '엔게키'와 영화의 '시네마'를 더한 합성어인데, 말 그대로 무대에서 상연된 연극무대를 필름에 담아 극장에서 감상하도록 만든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영화는 2시간40여분에 육박하는 무대공연의 실황을 스크린 위에 재현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이와 유사한 영상물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아니기에 형식 자체가 새롭다고 할 순 없다. 이미 유명 오페라나 뮤지컬 등이 공연실황 형태로 발매되는 경우는 많이 있었고, 특히 비디오 시대에 접어들며 이 같은 영상 콘텐츠들은 더욱 활성화되며 사랑받았었다. 그래서 'GEKI X CINE'는 이런 기존의 실황녹화를 넘어서는 섬세하고 전략적인 기술과 전략으로 차별성을 강조한다. 좀 더 많은 카메라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배우들과 무대를 최대한 역동적으로 잡아내고자 노력하고 음악의 비중도 훨씬 커진다. 여기에 기존 상연물을 재활용하는 단순한 홈 콘텐츠가 아닌 애당초 극장용으로 기획된 뚜렷한 영화라는 차별성이 더해진다.

이런 독특한 형태를 택하고 있는 작품이 과거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시대물이라는 의외성도 관객들에겐 의아함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캐릭터나 이야기 전반을 이끄는 정서가 매우 현대적이고 만화적임은 이 영화가 관객들과 소통을 꾀하는 가장 적극적인 지점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대 위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열정적 연기와 함께 그들이 열심으로 흘리는 땀방울까지 목격할 수 있는 생생함. 더불어 현 일본 대중문화의 또 다른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특별한 경험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