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우 5 (Saw V)
2008년/ 미국/ 92분/ 공포, 스릴러

감독: 데이비드 헤클
출연: 토빈 벨, 샤니 스미스, 스콧 패터슨

개봉일: 2008.12.03.수
★★★★★(5.0/10)

2003년 불과 10분 짜리 단편영화 '쏘우'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 정도로 대단한 히트상품(?)이 되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년 후 장편으로 확장된 '쏘우'는 경이로운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중소 영화사였던 '라이온 게이츠'를 단번에 메이저로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발판이 되었고, 제작진은 그 여세를 몰아 매년 할로윈 데이에 때맞춰 속편을 개봉해오고 있다.

처음보다야 많이 시들해졌다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쏘우'팬에게 이제 이것은 하나의 연례행사가 되어버렸고 과연 그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쏘우' 1편이 기존 공포영화팬들을 넘어 광범위한 일반대중들에게까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키워드는 소위 말해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애당초 플롯의 정통성을 내던진 채 기괴한 살인장치와 고전적 밀실트릭을 교묘히 뒤섞은 90분 동안의 혼돈은, 뜻밖의 결말과 이를 극적으로 부각시킨 능란한 테크닉을 통해 폭력과 잔혹성을 뛰어넘는 카타르시스로 전환됐다.

능통한 기계공학을 활용한 독특한 부비트랩을 만들어 사람들을 시험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생명의 고귀함을 설파하는 전대미문의 연쇄살인마 '직소'의 캐릭터에 제작진은 특별한 애착을 지닌 것으로도 보이지만, 관객들은 오로지 더 강력한 결말에 집착했고 새로운 속편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런 반전의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다섯 번째 작품은 이전 그 어떤 전작보다 반전이 약하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는 4편에서 공식적인 죽음을 맞이한 '직소'의 생명력이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다는 한계성의 인정이자, 그럼에도 앞으로 계속 진행시켜야만 할 새로운 속편들의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자 희생이기도 하다.


그래서 '쏘우 5'는 전작을 기억하며 더 나은 것을 고대하는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편들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여전히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은 산만하게 흩어져있지만 개별적 사건들의 상호연관성은 더욱 희미해져버렸고, 그로 인해 일반적인 관점에서 한편의 독립된 장편영화로의 가치는 완전히 증발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러한 손실은 적어도 내년 개봉을 목표로 이미 제작에 착수한 6편과 이후 (아마도 분명히) 계속될 새로운 속편들의 여지를 넓혀놓았음은 분명하다. 또 더욱 잔인하고 악랄해진 부비트랩과 풍성해진 피 칠갑 서비스는 공포영화 마니아들에겐 어느 정도 보상이 될 만하다.

어쩌면 영화 '쏘우' 시리즈는 이제 제작진 스스로를 시험하는 함정 또는 가학적 유희가 되고 있고, 관객들은 그들의 창의력이 언제쯤 처참하게 거덜날지를 지켜보는 것에 더 큰 재미를 느끼는 듯 하다. 물론 양쪽 모두에게 애정과 관심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언젠가는 한계점에 다다를 것이 분명하고, 그 결말이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