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플라이 (Le Papillon/ The Butterfly)

2002년/ 프랑스/ 83분/ 드라마
감독: 필립 뮬
출연: 미셸 세로, 클레어 부아닉, 나드 디유

개봉일: 2009.01.15.목 (전체 관람가)
홈페이지: http://www.prevision.kr/
★★★★★★★☆ (7.5/10)

무뚝뚝한 어른과 상대적으로 티없이 맑고 앙증맞은 꼬마. 티격태격 잠시도 편안할 수 없는 이 둘의 조합이란 게 그리 어울리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은막의 세계 속에서는 의외로 환영받는 익숙한 인물구도이기도 하다. 이제는 전세계 관객들의 마스터피스로 자리잡은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으로부터 체코영화 '콜리야(Kolya, 1996)', '월터 살레스' 감독의 브라질 영화 '중앙역(Central Do Brazil, 1988)', 비교적 최근에 개봉했던 이스라엘 영화 '누들(Noodle, 2007)'과 이 영화 '버터플라이'의 주인공이기도 한 '미셸 세로'가 비슷한 캐릭터로 주연했던 '쁘띠 마르땅(Le Monde de Marty, 2000)' 같은 영화들은 생면부지의 어른과 아이가 만나 충돌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낸 영화들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대개 이런 작품들에 등장하는 어른들이란 대부분 삶의 힘겨운 무게에 짓눌려 있거나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들의 일상에 끼여드는 순수한 -영혼을 지녔을뿐 아니라 깜찍한 외모까지 가진- 아이들은 편견과 고집으로 똘똘 뭉친 어른들의 건조하고 견고한 일상에 파고들어 균열을 만들고 딱딱한 껍질 속에 꽁꽁 감추어져 방치되었던 순수성과 인간애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당연히 그 과정에 있어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은 극중 인물만은 아니다.

이 영화 '버터플라이' 역시 이런 전형적인 세대 차 커플이 우연찮게 여행에 동행하게 되면서 겪게되는 좌충우돌을 전면에 내세워 재미와 감동에 욕심낸 작품이다. 유사한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 과감한 생략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단숨에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데, 오로지 나비수집에 전념하는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옆집에 이사온 외로운 소녀 각각의 과거사를 깔끔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서도 이들이 함께 하는 여정의 새로운 기대와 변화의 순간들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 또 세대 차를 가진 두 사람이 나누는 선문답 속에 묻어있는 솔직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인생의 교훈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 작품에 결정적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원로배우 '미셸 세로'와 아역배우 '클레어 부아닉'의 환상적인 연기호흡이다. 두 사람은 엔딩크레딧에 흘러나오는 동명의 주제가까지 듀엣으로 불러 관객들에게 선물하는데, 수입사는 친절하게도 가사를 자막처리해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의 감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미셸 세로는 지난 2007년에 암으로 작고해 영화 후의 감정을 더욱 애잔하게 하는데 생전 그의 매력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버터플라이'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제작연도에 비해 국내 소개가 상당히 늦은 편이라 자칫 쉽게 넘겨버릴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뒤늦게라도 스크린에서 만나게 되는 관객들은 모처럼 따뜻하고 훈훈한 영화의 만족감에 흠뻑 젖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