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미국/ 128분/ 액션, 스릴러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러셀 크로우, 마크 스트롱
개봉일: 2008.10.23.목 홈페이지: http://www.bodyoflies2008.co.kr
★★★★★★☆ (6.5/10)
외국의 경우 노장 감독들의 작품 활동이 활발히 눈에 띈다. 이는 제작자 입장에서 창작자이자 하나의 브랜드로서 관객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된 감독의 인지도가 흥행에 장점으로 존재한다는 계산이 우선 클테고, 오랜 연륜과 안정된 퀄리티로 최소한의 작품은 뽑아낸다는 신뢰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일단 감독의 재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늘 제자리에 머문다거나, 이전보다 더 나은 그 무엇을 이끌어내지 못해 결국 시대에 뒤떨어지는 감독은 이전의 명성이 어떻든 결국 도태되고 만다.

어쩌면 대부분의 감독들이 어느 정도 기반을 쌓은 후 제작자로 변신해 자신이 지지하는 작품들을 후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에 주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를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런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제 고희를 넘긴 그는 그 유명한 SF 호러의 걸작 '에이리언(Alien·1979)'을 통해 명성을 얻은 후 현대 SF 느와르 효시라 불리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1982)', 페미니즘 로드무비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1991)', 대작시대물의 봇물을 터뜨린 '글래디에이터(Gladiator·2000)'까지 쉬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가진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풀어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모든 작품들이 빼어난 완성도나 단순한 흥행 성공 정도에 머문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영화적 유행을 선도하는 선구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주목할 부분이다. 사이사이 빨리 잊혀지는 것이 도움이 될만한 작품들도 분명히 만들어냈지만, 그는 이렇게 뚜렷한 성과와 족적들을 통해 죽지않는 자신의 존재성을 입증해온 것이다.

감독 스스로가 제작에 참여한 이 작품 '바디 오브 라이즈'는 실제 중동 문제와 외교 통신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의 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리 소설을 접하고 영화적 매력을 느낀 '리들리 스콧'은 소설이 출간되기도 전에 판권계약했다고 하는데, 그런 각별한 애정과 준비가 더해진 만큼 영화는 매우 탄탄한 느낌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시대적 문제를 바탕으로 한 이데올로기와 휴머니즘을 적절히 녹여낸 현실적 이야기는 자칫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었던 정치색과 인종 문제의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우며 힘있는 오락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를 확보했는데, 몇몇 부분에 있어서는 마치 SF영화를 보는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배우들의 명성 역시 감독만큼이나 흠잡을 데 없겠지만 이젠 확실히 앳된 기운이 사라진 '디카프리오'는 최근 그 어느 작품보다 깊이 있는 연기를 펼치고, '러셀 크로우' 역시 느끼함을 어느 정도 걷어내고 자신의 몫을 다해낸다. 또 국내에는 아직 낯설지만 영국 배우 '마크 스트롱'이 연기한 요르단 정보부 수장 '하니 살람'은 이 영화가 선물하는 의외의 발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