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 홍당무

2008년/ 한국/ 100분/ 코미디, 드라마
감독: 이경미
출연: 공효진, 이종혁, 서우, 황우슬혜, 방은진
개봉일: 2008.10.16.목 (18세 관람가)
홈페이지: http://www.misshong2008.co.kr
★★★★★★★ (7.0/10)

외국의 경우 성공한 배우나 감독들이 제작자로 변신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무래도 배우들보다 제작환경과 시스템을 잘 이해하는 감독들의 경우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공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샘 레이미', '아마겟돈'의 '마이클 베이', '펄프 픽션'의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인물들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레옹', '제5원소' 등으로 입지를 쌓은 프랑스의 감독 '뤽 베송' 역시 제작자로서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데, 이제는 자신이 연출한 작품보다 제작한 영화들의 수가 훨씬 많을 지경이다.

이런 감독들의 제작자 변신은 그 배경에 적잖은 이유와 목적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창의성보다는 수익 가능성과 마진에 집착하는 제작사들의 횡포(?)에 질려 순수한 창작의 세계를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도 있을 수 있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독특한 영화를 -굳이 자신이 연출해야하는 짐을 벗어내고- 좀 더 수월하게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고, 또 감독의 눈이라는 전문적 레이더로 발굴한 가능성 있는 신인감독들의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이런 과외활동을 실천해내고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감독들의 상당수가 아직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 대에 몰려있음도 주목할 만한 경향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경향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악어', '빈 집' 등을 연출해 세계적인 입지를 얻은 '김기덕' 감독은 올해 들어서만 '아름답다', '영화는 영화다' 등 2편의 영화를 연달아 내놓으며 제작자로서의 변신에 성공했다. 영화 '미쓰 홍당무' 역시 영화를 널리 알리고, 또 대중들에게 어필하는데 있어 가장 크게 부각시키고 있는 부분이 감독 '박찬욱'이 제작한 영화라는 점이다.

장담하건대 이 영화는 과거 수년간 공개되었던 그 어떤 한국영화보다 눈물이 많은 영화일 듯 싶다. 등장인물들은 거의 영화 내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울음보를 터뜨리는데, 다행히 관객들의 짜증보다는 웃음보를 터뜨리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는 소위 상식적이라 일컬어지는 보통의 인성을 가진 인물들이란 찾아볼 수 없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통된 인간 내면, 그러나 편협하고 소심하기 이를 데 없어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심리를 과장되게 그려낸 탓인데,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집요하고 과장된 묘사가 되레 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특정 관객들에게는 더 큰 공감대를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독특한 지점이 저예산인 이 작품을 분명한 판타지로 승화시키고 있기도 한데, 아울러 창작이라는 영화매체의 미덕을 완성시키는 지점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몫을 충분히 해내는 배우들의 연기와 이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낸 당찬 신인 여류감독의 합작품은 충분히 주목하고 경험해 볼만한 가치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