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멈추는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2008년/ 미국/ 106분/ SF, 스릴러
감독: 스콧 데릭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제니퍼 코넬리, 제이든 스미스
개봉일: 2008.12.24.수
홈페이지: http://www.foxkorea.co.kr/DTESS/
★★★★★★ (6.0/10)

어떤 식으로든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을 새롭게 확장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단순한 속편이나 비교적 근래 인기를 얻었던 작품의 리메이크에 비해 오래된 고전의 리메이크는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아무래도 최첨단의 영상 기법과 테크닉에 산전수전(?) 다 겪은 관객들의 시선을 만족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해선 낡은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더불어 원작이 지니고 있는 매력도 결코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또 과거의 작품들의 명성이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과장되게 기억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비교수위는 더욱 상승하게 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엔간히 수작을 만들어낸다 해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까운 예로 흥행의 미다스 '스티븐 스필버그'가 새롭게 해석했던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2005)'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매력적인 요소들이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한계에 머무른 결말은 관객들의 질타의 표적이 되었고 영화 전체에 대한 평가와 만족도까지 동반 하락시키고 말았다.


1951년 발표된 원작영화 '지구 최후의 날'은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1953)'과 함께 50년대를 대표하는 SF고전 중 한 편이다.

원작이 발표된지 어느 덧 반세기가 지났건만 오만하고 방자한 인간들에게 최후 통첩을 전달하러 온 외계인 '클라투'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고 더욱 절절한 울림을 갖는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우려했던 것에 비해 원작이 지니고 있던 단층적이고 표면적이던 드라마를 현대적으로 확장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는데, 새로울 것은 없지만 적절히 활용된 특수효과와 더불어 충분히 볼만한 오락영화로서의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작부터 분명하게 표명되었던 주제의식과 메시지는 어쩔 수 없이 일부 관객들에게 진부하고 껄끄러운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데, 적어도 현실적인 문제의식을 상업적으로 왜곡하고 이용하려는 얄팍한 설교로만은 보이지 않으므로 눈감아 줄만하다.

연출을 맡은 '스콧 데릭슨(Scott Derrickson)' 감독은 '캠퍼스 레전드 3(Urban Legends: Final Cut)', '헬레이져: 완결편(Hellraiser: Inferno)'같은 공포영화 속편들의 각본과 연출로 입지를 다진 인물.

2005년 발표한 두 번째 작품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한 공포영화로 악령에 쓰인 한 여대생과 그녀가 맞이한 의문의 죽음을 파헤쳐 나가는 미스터리물이었다.

이 작품은 소소한 수상과 더불어 은근히 열성적인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 기존 오컬트 영화들이 안주하는 기괴함을 넘어 평범한 일상을 살지 못하는 젊은 여성의 비애감을 부각시킨 드라마적인 요소와 법정 스릴러의 긴박감을 무리없이 한데 풀어낸 독특한 작품이었다.

'지구가 멈추는 날' 역시 SF스릴러의 거대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짐짓 인물들간의 섬세한 감정선과 서정성들이 엿보이는데는 감독의 이런 인본주의적 세계관과 정서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