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포뇨

2008년/ 일본/ 100분/ 판타지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개봉일: 2008.12.17.수
홈페이지: http://www.ponyo.co.kr/

★★★★★☆ (5.5/10)

역사라는 평행선 위엔 각기 다른 영역에서 인류 문명을 개척하고 주도한 수많은 천재들의 이름이 나열되지만 아쉽게도 그들이 일궈낸 성과나 삶 자체에 대한 대접이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여러모로 축복 받은 인물 중 한사람일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인 애니메이션,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매김한 제작사가 '스튜디오 지브리'이고, -스튜디오 안에는 다른 감독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 대중들에게 유독 지브리와 동일시되는 이름으로 대접받은 것이 바로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도 남다르지만 일찍이 그 재능을 널리 인정받아 이미 살아있는 전설로까지 대접받고 있으니 창작자로서 이보다 더한 보람과 기쁨이 있을까?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인 1997년, 하야오 감독은 돌연 은퇴를 공식 선언했었다. '원령공주'를 발표한 직후 공개된 그의 은퇴 소식이 가져온 충격은 꽤나 상당한 것이었는데, 전세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존재했던 하야오와 더 넓게는 지브리의 수많은 팬들의 존재를 고려하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사연으로 인해 다행히 그의 은퇴는 실현되지 못했지만, 어떻든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결국 이를 번복해 버린 해프닝은 이전까지 확고부동하던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신뢰가 이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후 발표된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은 흥행적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주인공과 설정만 달리할 뿐 특별히 다를 것이 없는 자기 복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하야오는 자신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번 '벼랑 위의 포뇨'는 뜻밖에도 한동안 크게 매달렸던 컴퓨터그래픽과 서사적 스케일을 과감히 버리고 철저히 수작업에 의존한 작업이 될 것이라 해 일찍이 화제가 되었다. 실제 영화 속 캐릭터와 배경들의 단순화는 물론 이야기 역시 매우 단편적으로 희화되어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견해는 예상대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창작 행보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냉정히 진보, 또는 새로운 도약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작품임도 사실이다. 잠시 과거지향적 아날로그로의 향수로 회귀해 탄생시킨 '벼랑 위의 포뇨'는 하야오의 다음 행보의 어떤 방향을 예고한 것인지 두고 볼 일이고, 그 향후에 따라 이 작품이 갖는 의미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역시 일명 '포뇨 송'으로 통하고 있는 주제가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알리는 일등공신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예고편을 비롯한 모든 홍보 활동에 직접적으로 활용돼 노출 빈도를 극대화한 포뇨 송은 단순한 멜로디와 반복적인 가사로 이미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관심을 이끄는데 성공했는데, 지브리 영화 주제가로서는 최초로 일본 오리지널 가수인 '오하시 노조미'와 '후지오카 후지마키'가 직접 한국어 번안곡을 다시 녹음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