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하트: 어둠의 부활 (Inkheart)
2008년/ 미국, 영국, 독일/ 106분/ 판타지, 모험
감독: 이안 소프틀리
출연: 브랜든 프레이저, 엘리자 호프 베넷, 폴 베타니, 헬렌 미렌, 앤디 서키스
개봉일: 2009.1.29.목
홈페이지: http://www.inkheart.kr/index.html
★★★★★★ (6.0/10)

먼 훗날 영화계를 되짚어본다면 아마 지금의 시대는 판타지 영화의 전성기로 회고되지 않을까 싶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등으로 불붙기 시작한 대형 판타지 연작의 대세는 동양권에서는 서사무협물의 다른 갈래로까지 확장됐는데, 중간 중간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 중세나 근대, 또는 이와 유사한 허구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런 작품들은 장르의 특성상 대규모 제작비의 투자를 기본으로 초호화 캐스팅을 동반한다. 또 가족단위의 폭넓은 관객 층을 타깃으로 하며 대부분이 성공한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전반적인 공통점.
'잉크하트: 어둠의 부활' 역시 그와 같은 노선 상에 놓여있는 작품이다. '해리 포터'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과 비견되고 있는 독일의 여류소설가 '코넬리아 푼케(Cornelia Funke)'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무대를 현실공간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판타지 작품들과 차별되는 가장 두드러진 부분으로 보인다. 물론 그것이 실제 이야기의 전개방식이나 작품의 스타일에 있어 그리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최선의 오락적 요소란 판타지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보다는 문제의 책 '잉크하트'를 뺏고 뺏기지 않기 위해 주인공 일행들이 엎치락뒤치락 펼쳐내는 모험에서 더 크게 파생된다.


원작을 가진 작품들을 대할 때마다 매번 차이와 변화가 얼마나 클지 궁금해지지만, 우리는 그 상관성이란 게 둘을 비교하기 위한 작은 수고에 불과할 뿐, 결국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재미를 평가하는데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앞선 작품들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창작이라는 같은 영역 안에서도 '독자'와 '관객'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카타르시스란 결국엔 전혀 다른 기술에서 파생되기 때문이다.

영화 '잉크하트'는 크게 새롭다거나 획기적인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포스터를 보고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원하는 것들의 '최소한'은 제공하고 있고 적어도 상영시간동안 연방 시계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위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총 3부작으로 출간된 원작소설의 나머지 역시 영화화가 진행중이라고 하고 그대로라면 관객들은 앞으로 두 편의 속편을 더 만날 수 있을 텐데, 그 연속성의 가치나 기대는 앞서 성공한 유사작품들의 성과에 비견되기엔 다소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제니퍼 코넬리'의 카메오 출연이 흥미롭다. 근래 들어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연기인생의 절정을 구가하고 있는 그녀가 왜 특별한 비중도 없는 역할에 얼굴을 내비쳤을까? 그녀가 '더스트핑거' 역을 맡은 '폴 베타니'와 실제 부부관계임을 알게 된다면 쉽게 궁금증은 풀려버리는데, 극중에서 역시 더스트핑거의 연인으로 출연해 살짝 닭살 돋는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