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 70 (GoGo 70)
2008년/ 한국/ 118분/ 드라마
감독: 최호
출연: 조승우, 신민아, 차승우, 이성민
손경호, 최민철, 김민규, 홍광호
개봉일: 2008.10.2.목 (15세 관람가)
홈페이지: http://gogo70.kr/
★★★★★★ (6.0/10)

'최호' 감독의 전작인 '바이준', '후야유' 그리고 '사생결단'을 되돌아보면 그가 남다른 세련된 감각을 주무기로 하는 감독임을 우리는 인정하게 된다. 소재나 이 영화를 드러내는 모든 광고물이 풍기는 분위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고고 70'은 시대적 배경을 뛰어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로서 큰 욕심을 부리고 있는 작품이다.

감독은 그동안 국내 음악영화들이 보여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출연진들을 연주와 노래가 가능한 실제 밴드로 구성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애초 뮤지컬과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들을 캐스팅하기도 했고, 그도 모자라 촬영 전부터 짧지않은 기간 동안을 악기 연주를 연습하고 홍대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치게 하는 등 뮤지션으로서의 끼와 재능을 갈고 닦도록 지시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공연을 위해서는 자그마치 10대의 카메라가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마치 가수들의 라이브를 기록하듯 배우들의 공연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려는 야심의 일부이기도 했다. 어쨌든 영화는 그런 노력이 무색하지 않은 결과물을 제공하고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그 화려한 장면들과 자유를 갈구하는 드센 목소리에 흔쾌히 어깨가 들썩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사실 지금의 세상이란 게 신나게 놀만한 것들이야 넘쳐나는 세상이지 않은가. 마음과 돈만 있으면 못할 것도, 거리낄 것도 없는 요즘같은 세상에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그렇게도 갈구하는 놀이의 카타르시스란 좀체 거리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당시 '고고 댄스'에 넋을 잃고 열광하던 청춘들이 목숨처럼 지켜내고자 노력하던 하룻밤의 정열이 품고 있는 의미가 단순한 유희에 머무르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 보면 웃음조차 나지 않는, 어이없고 살벌한 당시 정치적 상황과 배경을 되새겨보면 그때나 별반 다름없는 시대적 역행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우리가 느끼기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대유적 함의를 품고 있을지언정 그것에 흔쾌히 공감하고 도취되기엔 너무나 소극적이다.


이 영화가 시대적 배경을 굳이 유신정권 시대로 선택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펼쳐놓는 유흥을 좀더 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밑그림 이상이 아님은 분명한듯하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난데없이 스쳐가는 실제 '데블스'의 디스코그라피와 짤막한 이력은 마치 이 영화가 철저한 사실과 고증으로 역사의 한 부분을 진지하게 재현하고자 노력한 전기영화로 보이게까지 한다. 그리고 이는 앞서 이야기한 나름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의 가능성까지의 오해를 가능케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첫 공개시사 이후 얼마 지나지않아 제작진이 영화 속 모델로 차용했던 특정 여성 그룹에게 공개 사과문을 발표한 해프닝이 말해주듯 '고고 70'은 철저히 허구를 기반으로 한 화려한 볼거리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작품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마치 하룻밤 넋을 놓고 진탕 놀아난 새벽 몰려오는 피곤과 공허함처럼 말초적 쾌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바로 그 지점이 이 영화가 갖는 한계이며 가장 큰 아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