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시르와 왈츠를 (Waltz With Bashir)

2008년/ 이스라엘·독일·프랑스/ 89분/ 애니메이션

감독: 아리 폴만
개봉일: 2008.11.20.목

홈페이지: http://www.bashir2008.com/
★★★★★★★ (7.0/10)

지난 주 소개한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에 이어 이번 주에는 이스라엘을 주축으로 독일·프랑스가 합작으로 제작한 작품 '바시르와 왈츠를'을 소개한다. 제3세계 영화를 보기 힘든 국내 환경이지만 의외로 최근 이스라엘 작품들은 정식 개봉을 통해 한국 관객을 만난 작품들이 더러 있었다. '밴드 비지트: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 (2007)', '누들 (2007)', '젤리피쉬 (2007)', '레몬 트리 (2008)'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인데,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주목을 받고있는 이스라엘 영화의 현재를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래도 이들 작품들은 독특한 자연환경을 닮은 이국적 정서와 더불어 그들이 처한 현재진행형의 복잡한 정치상황이 공통적으로 묻어나 있는데, 확실히 보이는 것 이상의 울림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칸느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되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바시르와 왈츠를' 역시 매우 강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안고 제작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감독 '아리 폴만'이 실제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스스로가 극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는 80년대 초 레바논 전쟁에 참여했던 그때의 강렬한 순간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음을 깨닫고 놀란다. 그는 당시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지인들을 찾아가 과거를 재조합해나가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것은 감독 스스로나 관객 모두가 우려했던 추악한 진실이다.

외형적으로는 크게 만화영화라는 장르적 구분으로 분류되겠지만 그 안에 다루고 있는 복잡 다단한 심리묘사나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만들어낸 영상의 신선함은 엔간한 실사영화를 능가한다. 일단 매우 현실적인 작화는 어느 순간 짐짓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인데, 90분 분량의 실사영화를 먼저 완성한 다음 그것을 토대로 2D, 플래시, 3D를 망라한 복합적인 재현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것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단순한 '로토스코프(실사 촬영 위에 그림을 덧 그리는)' 기법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음을 감독은 강조한다. 또 전개에 있어서도 애니메이션에 어울릴만한 환상적인 비주얼과 더불어 극사실주의적인 장면들이 혼재되어 진행되는데, 심지어는 흔히 일반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 고정된 앵글의 인물 인터뷰까지 삽입되어 있다.

대부분의 반전영화들이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전쟁, 그리고 이데올로기란 얼마나 편협하고 무가치한가를 강변한다. 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매우 완성도있게 이뤄냈음은 주목받을만한 지점이다. 애니메이션의 자유분방한 창의성과 다큐멘터리의 냉철한 고발성을 두루 녹여내 이전과는 다른 독특한 드라마를 빚어낸 이 작품은 그래서 충분히 한번쯤 경험해 볼만한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