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미 인 (Lat den ratte komma in/Let the Right One in)

2008년/ 스웨덴/ 114분/ 드라마, 공포, 로맨스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출연: 카레 헤데브란트, 리나 레안데르손
개봉일: 2008.11.13.목
홈페이지: http://www.daisyent.co.kr/
★★★★★★★☆ (7.5)




전 세계를 통틀어 올해 관객들에게 소개된 공포영화들 중 가장 성공한 대표작을 뽑으라면 이 영화 '렛 미 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년에 비해 유난히 완성도나 흥행 면에서 이렇다할 이슈를 터트린 작품이 없었던 올 한 해였기에 이 작품이 지닌 개성있는 흡입력은 상대적으로 더욱 두드러지기도 했고, 평론가들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세계 유수 판타스틱 영화제 대부분에서 그랑프리를 휩쓸었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접한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약간 다른 양상도 보인다. 대체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인정하지만 소문에 비해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 것이다. 화려한 수사어구로 인한 더 큰 기대가 실망을 가져왔을 수도 있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비영어권 영화에서 느끼는 생경함일 수도 있겠다.


'제3세계'란 단어가 갖는 의미와 느낌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일단 거대 자본주의에 의한 급속한 세계화와 서민들에게까지 보편화된 세계여행의 유행은 한때 그것이 지녔던 일종의 '두려움'이나 '신중한 관찰'의 전제를 '흥미로움' '예정된 친숙함' 정도로 변화시킨 듯싶다. 이러한 관심의 변화는 영화를 비롯한 음악과 예술 전반에 걸쳐서도 예외는 아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가벼운 동기에 걸맞게 기본적인 '전통'이나 '역사', 그리고 좀 더 깊이 있는 '지역문화(local culture)'는 여전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대면하는 자세는 달라졌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단편적이고 편식적이며 무책임한 것이다.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이 반가운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북구유럽 영화라는 점이고 그곳만이 간직하고 있을 이국적 정서와 특색을 -적어도 짐작이라도 해 볼 수 있을 정도로는-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점이다. 흰 눈이 수북이 쌓인 한겨울의 차가움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지만,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듯 차분히 가라앉은 화면과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할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서두르지 않는 적절한 호흡은 공포영화이자 사랑영화이며 성장영화이기도 한 이 한 편의 작품을 예술로까지 끌어올린다.



이런 태생적 의미와 더불어 현재진행형의 최신작품이라는 점 역시 큰 가치를 갖는다. 짧지 않은 작품활동이었지만 이 영화에 이르러 과거의 미약했던 이력을 단숨에 만회한 '알프레드슨' 감독은 원작소설을 접했을 때의 감동을 차마 무시할 수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동안 흡혈귀를 소재로 했던 무수한 상업영화들이 반복적으로 갈취하면서도 한구석에 방치해 왔던 '뱀파이어리즘'의 근원적 비애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놓인 두 아이의 현실과 슬기롭게 결합되어 외롭고 버거운 삶을 구원하는 사랑을 테마로 치환되지만, 결국 그 희망이란 것도 유한적 위안일 뿐이라는 진리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성장영화라는 제한적 해석으로도 매우 비관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영화가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삶에 대한 진실과 교훈에 있어 거짓된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있기에 이 영화의 가치는 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