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그의 아내 (My Friend & His Wife)

2006년/ 한국/ 드라마
감독: 신동일
출연: 장현성, 박희순, 홍소희
개봉일: 2008.11.27.목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friendnwife
★★★★★★ (6.0/10)

최근 충무로 전반에 불어닥친 불황의 한파는 끝없는 비관론은 차치하더라도 실제 눈에 띄게 줄어든 제작편수와 더욱 주린 배를 움켜쥔 채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현장 스태프들의 얼굴로 증명되고 있지만, 딱 한가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겁 없이 부풀어만 오르던 허영의 거품이-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어느 정도는 가라앉았다는 것. 이런 와중에도 소위 대박을 노리는 몇몇 전략 기획영화들은 말 그대로 '돈 놓고 돈 먹기'에 입각한 얼빠진 한탕주의에 정신을 놓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좀 더 면밀하고 신중한 기획과 투자가 자리를 잡고 있고, 경쟁적 과시를 위한 제살 깎아 먹기식 과잉홍보 등도 어느 정도는 줄어든 듯 보인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미 오래 전에 완성됐지만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뒷전에 밀려나있던 영화들이 하나 둘 먼지를 털고 공개가 되고 있는 것도 최근 경향 중 하나이다. 근래 개봉했던 '도레미파솔라시도', '사과', '소년 감독' 같은 작품들이 길게는 3년 이상의 우여곡절을 겪고 난 후 뒤늦게 관객들을 만나게 된 경우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역시 처음 언론에 크랭크 인 소식을 전한 것이 2006년 여름이었고 그 해 완성되었으니 2년 반만에 개봉이 성사된 작품이다. 최근의 영화시장의 경향도 그렇지만, 그동안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얻으며 친숙해진 주연배우들의 인지도도 개봉결정에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홍보사는 여전히 '불륜'이나 '노출' 같은 말초적 단어와 이슈들이 그나마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기억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 듯 보이지만, 당연히 영화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충분히 파격적인 관계성과 사건을 소재로 채택하고 있음도 거짓은 아니지만, 애초 감독 주변 인물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발생되었다는 이야기는 여러 면에서 우리 일상의 현실적 단면들을 녹여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현란한 편집이나 음악들을 자제하고 최대한 억누른 감정들로 작품 전반을 풀어내고 있지만 사이사이 끼어 드는 정치적 관심과 대사들은 난데없고 다소 이질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데, 그 진위와 효과의 미심쩍음을 떠나 의외의 재미로써 작품의 개성을 만드는데는 유용해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작은 영화만이 획득할 수 있는 섬세함과 실험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오랫동안 이 작품을 영화사 창고에 잠자게 했던 이유이기도 했겠지만, 한없이 무뇌아적 유희만을 강요하는 기성작품들에 질려버린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여지이기도 하다.

성실한 감독과 배우들의 믿음과 열정이 배어있는 영화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늦었을지언정 단편과 장편데뷔작 '방문자'를 통해 보여줬던 감독 신동일의 가능성이란 아직 유효함을 확인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