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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국/ 143분/ 드라마
감독: 유하
출연: 조인성, 송지효, 주진모
개봉일: 2008.12.30.화
홈페이지: http://www.ssanghwa.co.kr/
★★★★☆ (4.5/10)
1970년대와 1980년대 거대 자본과 투철한 오락성으로 무장한 외화들이 절대적 흥행력을 장악하고 있던 그 시절, 열세의 한국영화가 그나마도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어필할 수 있었던 최선의 무기는 에로티시즘이었다.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중견감독들의 작품부터 작은 동시상영관으로 직행했던 헐렁한 B급 성인물까지 후끈한 입김과 살색이 넘쳐났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한국영화들의 모양새와 경향들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아마도 짧은 태평성대를 뒤로 하고 하루가 다르게 위축되어만 가는 지금의 영화판세와도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진실로 역사는 순환하고 반복되고 있다.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동성애와 파격적인 노출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는 '쌍화점'은 여러모로 바로 앞서 개봉했던 '미인도'를 연상시킨다. 역사 속에 존재하는 작은 모티브에 크게 의존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 작품들이라는 공통점부터 당연하겠지만, 그보다는 기본적인 사건을 이루는 삼각관계와 이를 형성하는 등장인물들 간의 형태가 더욱 그렇다. 소극적인 캐릭터들은 대의와 명분 앞에 숨죽이며 애증과 연민을 쌓아가지만 결국 열정을 향한 인간 본연의 나약함은 파국을 부른다. 유감스러운 것은 영화가 이런 작은 관계에 집착하는 것은 좋으나 상대적으로 축소되거나 배경에 머무르고 만 다른 주변인물들과 필요 이상으로 거대한 배경들은 되레 이야기를 공감하는 데 방해가 될 지경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갈팡질팡하는 캐릭터들을 따라 혼란스럽고 어렵게나마 잠시 이입되었던 감정들은 쉬 증발해 버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여전히 관객들이 이 영화를 마주하며 가장 궁금해 할 만한 것은 다른 지점에 존재한다. 과연 이 영화가 그렇게 야하단 말인가?

다행스럽게도(?) 초반 잠시 등장하는 동성애 묘사장면은 풍문에 비하면 턱없이 보잘것없지만, 예상 밖으로 이후 적잖은 시간 동안 등장하는 왕비와 '홍림(조인성)'의 성애장면은 이를 대신해 눈요기에 대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보상한다. 만약 배우들의 노출에만 의미를 둔다면 송지효와 조인성 팬들에게 이 작품은 궁극의 마스터피스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시간 반이라는 발칙한 러닝타임 속에서 과연 노출 신이 얼마나 적절하고 충분한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전체적인 균형을 잃어버린 영화 속에서 과감한 노출과 관객들의 관음증에 호소하는 볼거리는 그냥 화제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