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구장에서 게임하는 것과 비슷한 가격 등의 메리트를 안고 스크린 골프장이 최근 들어 부쩍 유명세를 떨치며 동네마다 난립하고 있다. 2002년 국내에 처음 등장해 2006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곳곳에 들어선 스크린 골프장은 전국적으로 벌써 4천여개가 넘는다. 스크린 골프장은 현행법상 '체육시설'로 어느 곳에서도 쉽게 입점할 수 있고, '신고제'이기 때문에 등록과정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 그러나 최근 스크린 골프장에서 내기골프·술 접대 등 갖가지 백태가 일어난다는 소문에 따라 기자가 찾아가 봤다.

■ 도박행위 판치는 스크린 골프장(?), 아줌마들 모여 줄기차게 수다떠는 수다방
몇몇 스크린 골프장이 하우스 역할을 하는 변태영업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이 같은 행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스크린 골프장의 내기골프도 수위를 넘고 있다. 지난 8일 밤, 수원시 영통구 스크린골프장에서 우연히 내기골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미 한 잔을 걸치고 온 듯한 골퍼들은 한타 한타 아쉬워하며 "또 잃었네" "더블보기네. 이거 얼마야"라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사장 김모(43)씨는 "일부 골프마니아들은 타당 1만원씩 도박성 내기골프를 쳐 수십만원을 잃는 경우도 많다"며 "일반필드만큼 이곳에 와서 내기 골프를 하는 손님들이 늘고 있고 여성들이 (내기 골프를)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방에는 아줌마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일반 야외 골프연습장의 경우 차를 마시더라도 10여분 가량 쉬다 다른 연습 골퍼들에게 뒤지기(?) 싫은, 소위 눈치 때문에 다시 타석에 서 연습을 하는 것과는 달랐다.
칸막이가 쳐 있고 4명 가량 들어가서 연습을 즐길 수 있으니 시간적으로 여유가 되는 아줌마 모임은 수다에 연습을 잊었다. 손에는 골프용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아이언과 우드 등의 골프채 등은 주인의 손을 떠난지 오래다.
이 같은 현상 때문에 오히려 스크린 골프장에서 연습을 그만 둔 이도 있었다.
박모(39·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씨는 필드에 자주 못나가는 대신 주말마다 틈틈이 스크린 골프장에서 연습을 했으나 최근 발길을 끊었다. 스크린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예약도 쉽지 않고 주변에서 내기골프 제의가 늘자, 박씨에겐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일반 직장인이 부족한 월급으로 필드에 나가기에 무리가 있어 스크린 골프장을 찾는데 수십만원짜리 도박판을 감당할 여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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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골프장은 현행법상 체육시설로 분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서에서 주류판매 허가를 받으면 술도 판매할 수 있다. 또 9홀, 18홀을 돌더라도 저렴한 이용료에다 외부와 차단된 스크린 룸의 특성 등으로 연습 골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맞춰 골프장 창업 예정자들도 일반 실내 또는 실외 골프장 대신 스크린 골프장으로 개업을 한 결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됐다. 때문에 일부 업소의 경우 스크린 골프장에서 여성도우미, 이른바 보도까지 불러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분당에서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일부 업소들이 여성을 고용해 양주 및 주류 등을 팔고 있다"며 "이들 변태업소 때문에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곳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걱정했다.
20만원 상당의 양주에 도우미 비용은 대략 1인당 2시간 기준에 10만원이라는게 관련 업자들의 설명이다.
이 업주는 또 "여성 도우미가 들어와 골프공을 티박스에 올려주곤 술도 따르는 것은 기본"이라며 "성남과 수원에는 그나마 불법 스크린 골프연습장이 몇 군데 없지만 서울만 하더라도 강남권에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주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스크린 골프장과 술집을 동시에 운영하는 곳도 있다"며 "가게 사이에 자동문을 만들어 술을 마시다 스크린 골프장으로 직행하곤 하지만 두 업소가 분리돼 있어 합법"이라고 말했다. 스크린골프장에서 불러주는 여성 접대부 상당수는 노래방에 도우미를 공급하는 보도방에서 온다고 했다.
불법 스크린 골프장을 갔었다는 장모(34)씨는 "스크린 골프장 이용만 싼 것일 뿐 도우미 비용에 술값을 더하면 일반 라운딩을 했을 때보다 비슷하거나 때론 더 싸게 먹힌다"며 "접대로 이곳에 오자고 하면 상대방도 이를 좋아해 가끔 찾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구청 공무원은 "스크린 골프장에 대한 단속이 절실한 실정이지만 단속 인력이 부족해 엄두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