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A사는 유망분야인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내년에 관련 업체를 인수합병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장상황이 악화되면서 유상증자가 어려워지자 계획자체를 백지화,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사실상 포기했다.

홈네트워크 제조업체인 B사는 최근 수출물량이 급감하고 은행대출도 중단되면서 보유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회사를 유지하는 일이 급해 내년 사업계획은 수립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년 같으면 이미 확정됐을 기업들의 내년도 사업계획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올 들어서는 12월에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기업들의 성장동력 약화가 우려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도 사업계획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들의 85.8%가 '아직 2009년 사업계획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유에 대해 응답기업들은 ▲'금융위기 등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대응방향을 정하기 어렵다'(38.5%) ▲'내년도 환율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27.6%) ▲'사업전망 등이 불투명해 신규사업 추진여부를 정하기 어렵다'(23.3%) 등을 꼽았다.

특히 응답기업의 62.5%가 향후 '회사가 먹고 살 미래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내년에 신사업 영역이나 신제품 개발 등 '신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53.5%로 절반을 넘었다.

상의 관계자는 "기업의욕이 위축되면서 신사업을 동결하게 되면 금융위기 이후 환경에 준비할 수 없고, 경제성장동력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