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산을 만드는 데 흙 한줌 갖다 놓았을 뿐입니다."
지난 15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대한민국 최초의 독도 주연 다큐멘터리 영화 '미안하다 독도야' 제작발표회에서 가수 김장훈을 만났다.

이번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김장훈은 "이 영화를 기획한 서경덕씨와의 인연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나 같은 사람이 해도 되나 싶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참여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일본이 마음대로 찍지 못하는 곳을 우리는 마음대로 찍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땅이라는 증거"라고 강조하며 "이 영화가 독도는 대한민국의 것이라는 근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섰다"고 참여배경을 설명했다.
김장훈은 독도지킴이를 자처하며 제작비를 지원하고 직접 내레이션까지 맡아 화제를 모았다. '미안하다 독도야'는 역사적인 고증이나 한일간 정치 공방 등 거창한 것에 매달리기보다는 현재 독도 주민인 김성도 할아버지 부부의 이야기 등 독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하며 잔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장훈은 "영화를 본 뒤 예상보다 밋밋한 것 같아 좀 더 자극적으로 선동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게 맞는 것 같다"며 "너무 주장만 하는 것보다는 초·중·고교생들이 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땅이라는 생각을 하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김장훈은 이 영화 이전에도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 왔다. 그는 지난 7월9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를 싣기도 했다. 또 민간외교단체인 '반크'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영화가 오히려 독도 분쟁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장훈은 "외교를 정적으로 하는 것은 좋지만 내적 준비는 일본보다 100배 더 동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라며 "중요한 것이 자료인데 뉴욕타임스에 낸 광고도 그렇고 이런 영화도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일개 딴따라가 한 것인데 문제될 게 뭐 있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더 나아가 그는 후지 록 페스티벌, 서머소닉 축제에 버금가는 독도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독도 공연의 꿈도 표시했다.
그는 "독도나 동해 관련해서 내가 갖고 있는 힘을 쏟고 싶다. 동해가 어딘데? 코리아 식으로 문화를 통해 귀에 익숙하게 되도록 자연스럽게"라며 "생각해 보니 독도에 한 번도 안 갔더라. 독도에서 공연해 보고 싶은 꿈이 있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또 그는 "동해에서 독도와 관련한 논문 페스티벌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부천사로 유명한 김장훈은 서해안 기름유출 피해지역 자원봉사 등 잇단 선행으로 늘 화제의 중심에 서있었다. 이런 자신의 선행에 대해 그는 오히려 담담했다.
"밖에서는 거창하게 말씀하시지만 저는 오히려 담담한 느낌"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산을 하나 쌓으면 행복해지는 거다. 그런데 제가 흙 한 줌을 가지고 가서 이렇게 딱 놓고. 아, 산을 쌓았는데 내가 흙 한 줌을 놨구나 하는 그런 마음"이라고 겸손해했다.
최현묵 감독과 서경덕 프로듀서는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그가 적역이라는 생각해 영화 제작 전부터 김장훈을 내레이터로 낙점했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김장훈씨를 제외하고는 내레이션에 다른 대체 인물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정도였다"며 "본인도 욕심이 나는지 바쁜 데도 스스로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 '말에 힘이 안 실렸다'며 계속 다시 하자고 꼼꼼하게 챙기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최 감독은 "기본적으로 출발점이 교육이나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메시지나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이야기하려 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최 감독은 "내년부터는 세계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출품을 많이 해서 세계인들에게 많이 알리고 CD로도 제작해 해외 한인학교들에서 재외동포들에게도 알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다큐멘터리 영화 '미안하다 독도야'는 오는 3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