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쇄 살인범 강호순의 범죄를 입증하는데 폐쇄회로(CC)TV가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도내 지자체들의 방범용 CCTV 설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사진은 군포시 방범관제센터).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도대체 언제까지 가슴을 졸이며 살아야 합니까? 터졌다 하면 경기도니…." 연쇄살인범 강호순(38) 사건을 계기로 경기도의 '치안부재'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3년전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같은 세계적 범죄는 물론 최근의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강력범죄의 온상지로 전락했지만 치안력은 좀처럼 이들 범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그저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 타지 경찰보다 2배는 더 일해야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치안 서비스의 근간인 경찰력 부족이다. 이달 현재까지 경기도 경찰 정원은 1만5천686명으로 서울 2만4천240명의 64.7% 수준이며, 현재 근무 중인 인원(현원)도 정원보다 1천32명 부족한 1만4천65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구나 지난해말 도내 경찰관 1명당 담당주민수는 720명으로 서울의 421명보다 300명 가까이 많은 것은 물론 전국 평균 507명보다도 200명 이상 많다.

반면 지역 내 살인·강도 등 5대 강력범죄는 2004년 8만9천531건, 2005년 11만2천323건, 2006년 11만2천840건, 2007년 11만9천422건, 지난해 12만7천185건으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으며, 이는 전국 발생건수 54만4천762건의 23.3%를 차지하고 있다. 또 지난해 발생한 총 범죄건수도 48만4천920건으로 서울의 39만2천642건보다 23.5%나 많다. <그래픽 참조>

이와 관련, 경기도는 지난달 30일에도 "수도권 일대 강력범죄 발생 원인은 치안력 부족 때문"이란 내용의 성명을 내는 등 정부에 지속적으로 경찰력 증원 및 의왕 등지의 경찰서 신설을 촉구하고 있지만 지난해 4월 화성서부경찰서 신설 외에는 별다른 가시적 추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 역시 다른 지방경찰청의 정원을 줄이는 대신 경기도 경찰 정원을 전년도 1만3천645명에서 지난해 1만5천686명으로 2천41명 늘렸지만 타 지방경찰청 인력의 도내 전입이 여의치 않거나 신규 채용 규모가 축소되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지자체

강호순의 범죄 행각을 밝혀내는데 폐쇄회로(CC)TV가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도내 지자체들의 방범용 CCTV 설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지만 '사후약방문'이란 비난에선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CCTV 설치비 및 관리운영비 부담 문제를 둘러싸고 경찰과 심각한 마찰까지 빚으면서 CCTV 확대 설치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CCTV의 적재적소 배치와 효율적 운영도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강호순이 연쇄살인을 저지른 지역은 42번 국도, 39번 국도 등 잘 갖춰진 도로망에 비해 CCTV는 고작 5대밖에 설치돼 있지 않을 정도로 치안상황이 좋지 않은 곳이다. 특히 호매실·비봉·매송IC 등 고속도로 나들목 주변에는 교통상황용 CCTV 외에 방범용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시신을 유기하기에 좋은 곳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도와 경찰은 올해 안으로 도비 42억원과 시·군비 88억원 등 모두 130억원을 들여 1천대의 방범용 CCTV를 우범지역을 중심으로 곳곳에 설치할 계획이지만 수원과 성남, 부천, 고양 등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최응렬 교수는 "경찰력 증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선책으로라도 CCTV 등 범죄예방 수단들이 확충돼야 한다"면서 "치안서비스 공동생산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경기도=강력범죄 백화점'이란 이미지 고착 등 향후 범죄에 따른 사회적 손실이 몇 배나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