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강호순(38)의 범죄 행적에 대해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반사회적 인격장애자', 이른바 '사이코패스'(psychopath)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일단 강호순이 성적으로 난잡하고, 사회적 규범을 지키지 못하는데다 거짓말 반복, 충동적·공격적, 타인 고통에 미공감, 죄책감 결여 등과 같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일부 전문가들은 PCL(Psychopathy Check List)-R 등 정신병질 측정도구를 정확하게 적용·분석하기 전까지 사이코패스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도 보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강호순의 충동적 행동이나 다중인격 등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강호순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타인의 감정, 정서,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태도 등 강호순은 사이코패스의 일반적인 특성을 모두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길에서 여성을 유혹, 자신의 차에 태울 정도로 주위의 신임을 쉽게 얻어내는 것도 사이코패스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허경미 교수도 강이 내면은 폭력적이고 교활해도 겉보기엔 멀쩡하다는 점과 여대생 살해 뒤 열 손가락 끝을 예리한 흉기로 훼손했다는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김 교수는 "'도덕적 백치'로 정의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 살인범들은 시신을 불에 태우거나 훼손하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며 "강도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훼손하면서 감정적 절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연쇄살인범 모두가 사이코패스는 아냐"

그러나 반론도 있다. 강호순의 행태는 사이코패스보다 2개 이상 서로 다른 인격을 나타내는 의식의 장애상태인 다중인격(multiple personality)이나 충동이나 욕망,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impulse-control disorder) 현상, 경계성(marginal area) 등과 더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평가받는 유영철의 경우 만점 40점인 PCL-R 측정에서도 34점을 받아 진단과 실측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면서 "범죄자들의 15~25%가 사이코패스로 분류되지만 성급한 진단은 금물"이라고 해석했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창무 교수도 강호순이 첫 살인을 저지른 뒤 경찰이 자신을 붙잡지 못하자 자신감을 얻는 등 '성공에 의한 학습효과'를 얻었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강의 첫 살인은 우발적이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 살인에 대한 저항심리가 약해지는 '문턱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며 "살인으로 강한 자극을 맛본 뒤 이보다 더한 자극을 찾을 수 없어 살인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