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욕하는 사람 절대 죽어서도 용서하지 않겠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평구청 공익요원 A(23)씨(경인일보 4월1일자 19면 보도)가 적어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섬뜩한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이 메모로 인해 A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5일 A씨의 유족에 따르면 A씨의 이부자리 틈에서 숨진 A씨의 필체로 적힌 메모가 나왔다.

숨진 A씨는 이 메모에 "난 정말 살고 싶었는데, 엄청 착하게 살고, 법도 어긴 적이 없는데, 진짜 정신적으로 힘들어 죽겠다. 이제는 편하게 자고 싶다"고 했다. 또 "근데, 내가 죽으면서 날 욕하는 사람 절대 죽어서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이를 근거로 유족들은 A씨의 죽음이 동료 공익요원들의 집단 따돌림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A씨가 '구청생활이 힘들다'는 하소연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께 근무 구청을 옮기려고 시도했지만, 병무청으로부터 변경 불가 결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A씨의 형(26)은 "지난 2월 공익요원 표창을 받은 동생이 '상 주지 말고 욕을 하지 말지'라고 화를 내며 집에서 표창장을 찢은 적이 있다"며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간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동생이 내성적이긴 했지만 다니던 대학에서 반 대표를 할 정도로 활달한 아이였다"며 "지병을 이유로 공익생활을 하며 주변으로부터 언어적 시달림을 당한 것이 정신과 치료까지 이어지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청 동료 공익요원이나 공무원들은 이 같은 유족들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료 공익요원들은 경찰진술에서 "각자의 업무에 바빠 다른 공익까지 신경쓰기가 어렵다"고 답했고, 구청 직원들도 "평소 성실하게 생활한 A씨를 누구도 욕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료 공익요원과 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유족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의 장례는 정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의 반대로 사고 일주일여가 지나도록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