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원칙에 대한 사회 각계의 합의안이 처음 마련됐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사용됐던 '존엄사' 용어 대신 '연명치료 중단'으로 용어가 통일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의료계와 종교계, 법조계 사회단체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연속 토론회를 거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9개 기본원칙을 도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에 도출된 기본원칙은 우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존엄사' 용어 대신에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으로 용어를 통일했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의 식물인간 '김 할머니' 판례와 함께 '존엄사'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됐으나 의미가 불분명하고 해외에서는 이 용어가 '의사 조력 자살'을 의미하는 등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기본원칙'에 따르면 말기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할 수 있지만, 안락사 및 의사의 약물처방 등으로 사망시점을 앞당기는 '의사 조력 자살'은 허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제도를 정착하려면 사회보장제도 강화와 호스피스 제도 등이 수반돼야 한다는 데 대해 참석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말기상태'의 판단은 담당의사 외에도 해당 분야 전문의 등 2인 이상이 수행하도록 했고 의료진에게는 말기환자에게 호스피스와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를 표명하는 사전의료지시서 작성에 설명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말기환자가 사전의료지시서를 통해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환자의 의사에 따를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합의안은 또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할 수 있지만 수분·영양공급이나 통증조절 등 기본적인 의료행위는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김 할머니'와 같이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지속적 식물인간을 '말기환자'에 포함시킬지에 대해서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밖에 사전의료지시서를 통해 미리 자신의 의사를 밝히지 않은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의 입장이 엇갈렸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은 이번 합의안 도출과 관련 "토론에 참여한 주체들이 처음으로 합의안을 만든 것"이라며 "제출된 의견들을 초안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충분히 논의해 여건이 성숙한 후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합의안 도출에는 의료계와 기독교계, 법조계, 사회단체 등에서 총 22명이 참여했다.

   연구원은 45개 단체에 이번 9개 항의 기본원칙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결과 29일 현재 의료계를 중심으로 12개 단체가 찬성 공문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단체와 장애인단체, 시민사회단체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