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승구
출연 : 장혁, 조동혁, 이상우, 이민정, 황우슬혜
개봉일: 2009.11.5. 목. 18세 관람가
홈페이지:www.penthouse2009.co.kr
별점:★★★★☆(4.5/8개 만점)
▶줄거리 얼마 전 5년간 사귀었던 여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프리랜서 사진작가 현우(장혁)는 배신감과 상실감으로 인한 집착이 더욱 심해져 삶이 엉망이 된다. 그래도 겉보기에 그는 여전히 잘 빠진 자동차를 타고 골프를 치며 매일 화려하게 생활한다. 매번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하는 성형외과 전문의 민석(조동혁)은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아내가 있지만 병원 진료실, 안마 시술소, 스포츠카 등 청담동 곳곳을 돌면서 자극적인 관계로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성공한 외국계 금융 전문가가 되어 친구들 곁에 12년만에 나타난 진혁(이상우)은 자신의 오랜 첫사랑인 민석의 아내이자 현우의 동생 수연(이민정)과 은밀한 관계에 빠지게 되고, 세 남자의 관계는 미묘하게 변해간다.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펜트하우스 코끼리'는 집착, 중독, 기억, 사랑, 상실 등 복잡한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30대 초반의 세 남자가 갖고 있는 심리를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풀어낸다.
언뜻 남자들끼리나 주고받는 갖가지 직설적인 음담패설과 자극적인 관계 등을 보여주며 욕망을 배출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야하다는 느낌보다는 혼란스러운 그들의 삶에 매스를 들이대고 있다. 그러나 매스의 시선은 그리 예리하지 못하다. 그들의 고민을 미장센을 통해 보여주려는듯 다소 뭉뚱그려 풍자하거나 아니면 직접 혼잣말로 뇌까리는 등 관객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한 상황과 맞닥뜨리기 일쑤다.
처음 이 영화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소위 잘 나가는 세 남자를 전면에 내세워 누구나 한번쯤 꿈꿔봄직한 물질만능주의로 관객을 유혹한다. 안정적인 전문직에 종사하며, 원하는 곳에는 언제든 갈 수 있고, 원하는 차를 타며 원하는 여자를 만나는 삶. 그러나 겉으로는 완벽하게 성공한 인생을 살고있는 영화 속 세 주인공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폭탄을 품에 안고 살아간다.
떠나간 애인을 잊지 못해 사소한 기억에까지 집착하는 남자 장혁은 영화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후 5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시선을 모은다.
그리고 아내를 두고 자극적인 관계에 중독된 남자 조동혁과 12년 전 첫사랑을 되찾기 위해 친구의 아내와 불륜에 빠진 남자 이상우 등 이 세 남자는 빙산의 일각처럼 화려한 모습 이면에 감춰진 고통을 연기하고 있다. 그리고 사춘기 시절부터 병적으로 가꾼 청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외모와 누구에게나 미소를 잃지 않는 철저한 매너까지 갖춘 완벽한 여자 수연이 이 세 남자의 중심에 서서 이들의 인생을 마구 휘저으며 갈등의 핵으로 등장한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의 약혼녀로 얼굴을 알리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민정은 남편의 친구와 불륜 관계에 빠지는 대담한 멜로 연기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그리고 또 한 배우가 관객의 눈에 들어온다.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어 큰 충격을 안겨줬던 고(故) 장자연. 장자연은 자신의 유작인 이번 영화에서 파격적인 정사신은 물론 자살하는 배우 지망생 캐릭터로 나와 미래를 미리 예견한듯 관객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장자연은 지난해말 '펜트하우스 코끼리'를 촬영한 이후 올해 초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얼굴을 알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