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7회 소방의 날을 하루 앞둔 8일 수원중부소방서 구조팀 엄부흠(39·사진) 소방교를 만났다. 1999년 소방공무원에 임용된 뒤 11년째 현장에서 근무중인 그는 이천 화재사고와 임진강수난사고 등 대형사건사고 현장에 투입되면서 무려 500여명의 생명을 구조했다. 굵직한 사건사고의 현장에는 어김없이 그가 있었던 것이다. 말그대로 베테랑이지만 그는 지금도 출동할 때면 마치 전장터에 나가는 것처럼 긴장된다고 한다.
"팀워크가 망가지고 긴장이 흐트러진 순간엔 항상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가 이런 교훈을 배우게 된 곳은 임용 첫해 발생한 화재현장에서였다. 3층 건물의 화재현장에서 불길이 생각보다 빨리 진압돼 긴장을 풀고 다른 쪽의 불씨를 확인하러갔다 갑작스런 건물 붕괴로 3층 높이에서 추락해 부상을 입은 뒤 이것은 그의 신조가 됐다.
이 때문인지 엄 소방교는 도내 소방관중에는 드물게 11년의 현장경험 속에서 무려 수백여명의 생명을 구조하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 그동안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게다가 평소 '스마일 맨'으로 통하는 그는 늘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동료들에게 분위기를 전환해주는 '소금'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단련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특전사 출신으로 지금도 MTB 동호회, 경기도 소방관 풋살 동호회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체력이 받쳐주는 날까지 인명을 구조하는 현장에 있고 싶다고 했다.
엄 소방교는 "화마(火魔)와 싸우는 것이 늘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그 만큼 보람도 크다"면서 "사건사고가 없어 소방관 밥줄이 끊어지는 날이 왔으면 하는 게 솔직한 꿈"이라며 소탈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