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랑고르주 타만코사스 마을의 한 공동묘지. 인근 주택지와 바로 맞닿아 있다.
[경인일보=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조영상·추성남기자]무슬림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장례풍습은 화장(火葬)이 아닌 철저한 매장(埋葬)이다. 인간의 죽음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종교적 신념 때문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말레이시아에서 죽은 자를 화장한다는 것은 영혼이 소멸되기 때문에 영혼의 거주공간인 무덤을 만들어 시체를 보관한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약 10㎞ 떨어진 셀랑고르주(州) 타만코사스 마을의 한 공동묘지. 30여년 전 조성된 이 묘지에는 타만코사스에서 태어나 죽은 수천여명의 주민이 묻혀 있다.

이들 묘지에는 관을 사용하지 않고 흰 천으로 감싸 묻은 시체의 머리와 발끝에 남자는 둥근 심벌이, 여자는 세모난 심벌이 박혀 있다. 이는 모든 시체가 반듯이 누워 있지 않고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향해 묻혀 있어 심벌을 이용, 시체를 고정시키기 때문이다. 또 묘지의 머리 부분에는 성지 순례 시 가져온 성수통이 하나씩 놓여 있다.

이 같은 특징은 타만코사스 묘지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내 모든 이슬람 공동묘지도 마찬가지다. 화장이 금지된 탓에 마을 곳곳에 대규모 공동묘지가 조성돼 있지만, 죽음을 신성시해 시체 손상이나 무덤을 밟는 행위 등이 금기시돼 있고 묘지에 대한 거부감 또한 없는 것이 말레이시아의 장례문화다.

▲ 셀랑고르주 닐라이에 위치한 중국식 묘지.

카만코사스 묘지에서 만난 마을주민 아주린(Azuren·26)씨는 "말레이시아인들에게 죽음은 곧 새롭고 영원한 삶에 이르는 영혼과 함께 육체의 부활을 의미하기 때문에 임종 순간에도 절대 통곡하지 않고 기쁨으로 받아들인다"며 "이런 종교적 믿음으로 묘지에 대한 혐오감은 있을 수 없으며, 공동묘지 대부분이 관리자 없이도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국인 100%의 매장률을 보이는 말레이시아지만 전체 인구의 약 24%를 차지하는 중국계와 소수 외국인들에게는 화장을 허용, 전용 납골당과 묘지가 조성돼 있다.

셀랑고르주 닐라이에 위치한 '메모리얼 파크'는 무려 230㏊의 거대한 면적에 중국인들을 위한 전용 납골당과 기독교와 불교식 묘지가 조성돼 관리되고 있다.

또 1405년 당시 명(明)나라였던 중국의 정화(鄭和)제독이 황제의 칙령을 받고 도착한 말라카와 보르네오 섬 코타키나발루 등 말레이시아 내 곳곳에 중국인 공동묘지가 조성돼 이슬람식 공동묘지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곳 묘지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전통적인 매장 문화와 중국의 화장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장례문화를 갖고 있는 독특한 점이 있다"며 "이들은 서로의 장례문화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기획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