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삼오오 대책회의 해군 초계함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째인 30일 오후 평택 해군2함대에서 구조소식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이 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전두현기자 dhjeon@keongin.com

[경인일보=김혜민기자]"내 아들은 데드라인 따윈 극복할 수 있을 거야…."

지난 29일 저녁 천안함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평택 해군 2함대 임시 숙소. 그간 실종자의 생존 데드라인으로 정해져 있던 저녁 6시가 지나자 숙소 이곳저곳에선 탄성과 통곡이 넘쳤다.

사고발생 후 지금껏 뜬눈으로 밤을 샜다는 실종자 차진균 하사의 아버지는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실종자 수색활동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차씨는 "외국의 비슷한 사고 사례에서 봤는데 데드라인을 넘긴 후에도 생존해 구조된 적이 많았다"며 "누구보다 내 아들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고,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밝힌 데드라인인 69시간은 넘었지만 가족들은 이때까지도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30일 오후 상황은 급변했다. 데드라인이 지나고 하룻밤이 흐르자 일부 가족들은 실종자의 생존 희망을 포기한 듯 오열했고, 또다른 일부는 희망을 잃지 않겠다며 담담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가족들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사고 특집방송에 눈을 떼지 못하던 가족들은 백령도 수색 현장에 있는 다른 가족으로부터 함미 부분에 공기를 주입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자 또다시 생존에 대한 기대로 힘을 냈다.

실종자 정범구 상병의 어머니 심모씨는 "늦었지만 공기주입이 됐다니 실낱같던 희망이나마 다시 갖게 됐다"며 "지금 숨쉬는 건 살려고 쉬는 것이 아니라 자식의 생사 여부를 듣기 위해 죽지 못해 쉬는 것"이라고 울먹였다.

합참은 이날 구조작업 진행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합참측이 "밤늦게까지 수색작업을 벌였고, 공기주입 작업을 3회 시도해 1회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가족들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지만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또다시 오열하며 자리를 뜨지 못하기도 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가족들에게 데드라인은 무의미한 경계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