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양귀비(楊貴妃)에게 빠져 정사(政事)를 멀리하는 현종의 유흥을 부추기며 조정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 황제의 신임을 등에 업고 전권을 휘두르면서 언로를 막았고, 유능한 인재와 충신들을 철저히 배척했다.
특히 정적을 제거할 때에는 먼저 상대방을 한껏 치켜세운 뒤 뒤통수를 치는 표리부동한 수법을 써 벼슬아치들은 모두 이임보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심지어 반란을 도모했던 안록산(安祿山)조차도 그를 두려워해 그가 죽은 지 3년 후에 반란을 일으킬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정적 제거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는가를 그저 추측만 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당시 세인들은 그의 표리부동한 모습을 빗대 "입에는 꿀이 있고,뱃속에는 칼이 있다"는 구밀복검(口蜜腹劒)이라는 말로 그를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처럼 겉과 속이 다른 세태의 모습은 현재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겉으로는 늘 청백리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뒤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돼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고위공직자들과 자치단체장들의 모습이 그렇고, 입만 벌리면 국민을 위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제 사람 심는 데만 혈안이 돼 쌈박질하는 모습이 그렇다. 또 한 손으로는 법전을 들고 정의 칼을 휘두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 스폰을 받아 온 일부 법조인들의 모습도 있었다.
표리부동의 전형은 비단 역사속 인물이나 유명 정치인 등 실력자나 유력자들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사람들 사이에서도 표리부동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면전의 직장 동료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면서도 정작 상사와의 독대자리에서는 험담하거나 부모 앞에서는 착한 아들이면서도 동네에서는 불량배로 불리는 모습들이 그렇다. 또 누구나 한번쯤은 주변인의 이런 표리부동한 모습을 질타하고 비난해 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표리부동 자체는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 해 왔다고 보는 것이 옳다. 아마도 표리부동한 심성이 인간의 본성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공자도 그런 이유로 인간의 본성을 누르고 군자는 언행일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범인(凡人)의 표리부동함과 지도층의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각각의 기대치에 대한 배반감과 그것이 몰고 올 파장의 정도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고위공직자에게는 고도의 청렴함과 행정력을, 정치인에게는 애민과 애국심을, 경제인에게는 높은 기업윤리의식을, NGO에는 깨끗한 도덕성과 순수성 등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런 기대를 저버리고 철저히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일 때 우리 사회는 크게 흔들리고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자연환경 파괴를 이유로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던 환경단체가 농성중이던 한강변에 음식물 쓰레기를 열흘 넘게 무단 불법 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단체는 4대강 사업 현장인 남한강 이포보 인근 장승공원 강변에 수박껍질 옥수수 등 3~5㎏의 음식물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매립했다고 한다.
비록 불법 매립한 쓰레기량은 5㎏에 불과하지만 이번 일로 국민들에게 안겨준 실망감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너무나 믿었던 단체에 대한 배반감이랄까.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이 자연환경을 파괴한다"며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주민들로부터 박수와 격려까지 받아 온 환경단체가 정작 자신들은 몰래 쓰레기를 불법 매립했다는 사실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배반감은 범인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또한 보수단체와의 충돌과 지역주민들의 반발 등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4대강 사업의 부당성과 환경파괴 가능성을 알리고 있는 다른 수많은 NGO들의 순수 활동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