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도 노인을 가리켜 이파리가 다 말라 떨어진 '늙은 쑥(老艾:라오아이)'이라고 일컫는 것쯤은 약과다. '미랭시'가 아닌 '활사인(活死人:후어쓰런)'이 중국에선 '산송장'이라는 뜻이고 '행장취목(行將就木:싱쟝지우무)'도 '곧 관 속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옷걸이와 밥주머니에 불과하다는 '의가반낭(衣架飯囊:이지아판낭)'이나 걸어 다니는 송장이라는 뜻의 '주육행시(走肉行屍:쩌우러우싱스)'도 지독히 모욕적인 말이다. 중국인들은 고질병까지도 '늙은 털 병(老毛病:라오마오삥)'이라고 한다. 하지만 '늙을 老'자를 우대, 공경하고 존경하는 말 또한 많다. 윗사람은 라오빤(老班), 스승은 라오스(老師)), 사장이나 지배인은 라오반(老板), 마누라도 존경하면 '라오포(老婆)'라 하고 외국인까지도 라오판(老番)이라 부른다. 일본말과 우리말에도 경로어는 많다. '머리는 빠져 짧아져도 지혜는 깊다(髮短心長)'를 비롯해 노련, 노숙(老熟), 숙로(宿老) 등.
내일이 '노인의 날'이다. 하지만 노인 비하(卑下) 언어를 단연코 거부하는 활동적인 현역 노인에 비해 약간의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에 그치는 독거노인과 병고에 시달리고 치매의 지옥을 헤매는 노인, 도와야 할 노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피 끓는 청년들의 '국군의 날' 바로 다음에 미적지근하게 피가 식어가는 '노인의 날'을 갖다 붙인 연유는 무엇인가. '오늘의 청춘, 내일의 백발'을 경고라도 하기 위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