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비서팀장이 지난 1일자로 김원택 상무에서 박필(48) 삼성물산[000830] 전무로 교체됨에 따라 배경과 '삼성 회장 비서팀장'이 어떤 직책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장 산하의 비서팀장은 수행과 의전 등 실무 영역에서 하루 24시간 '그림자' 역할을 하는 자리로, 삼성 내에서는 요직으로 가는 핵심 보직으로 알려져 있다.
옛 회장 비서실은 시대 상황에 따라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지금은 미래전략실로 불린다.
삼성맨들 사이에서는 '실'로 불리기도 하는 비서실(현 미래전략실)은 계열사간 투자 조정, 인사 및 경영지원, 감사 등 업무를 맡는 반면 비서팀 업무는 그야말로 비서 역할에 국한되지만 삼성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회장을 밀착 수행하는만큼 그 비중은 여느 중량급 경영인에 못지 않다.
10일 삼성에 따르면 신임 비서팀장 박 전무는 경희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 비서팀에서 3~4년 근무하다 2000년 싱가포르 지사, 2002년 타이베이 지사장, 2003년 삼성물산 프로젝트사업부장 상무보, 2007년 삼성인력개발원 글로벌팀장 등을 거쳤으며 현재 삼성물산 상사부문 전무이다.

박 전무는 비서팀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데다 오랜 해외 근무 경험으로 인력개발원 글로벌팀장을 맡을 만큼 영어 구사에 능통하고 국제적 감각까지 갖춰 글로벌 경영 시대에 이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잘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발탁 사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회장이 지난해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비서팀장이 됐던 김원택 상무는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장의 수행비서로 활동하는 등 10년 가까이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이 회장을 보좌해오다 비서팀장을 맡으면서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한 그는 실무 경험을 쌓는다는 차원에서 교체됐으며 인수인계 등을 위해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된 뒤 삼성전자 보직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1987년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물려받고 나서 24년간 비서팀장을 지낸 인사는 이후에도 요직을 두루 거쳤다.
비서실장 격인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부회장은 1991년 비서팀장을 지내 이 회장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가장 잘 꿰뚫는 인물로, 작년 말 인사에서 삼성그룹 통할 조직의 책임자가 됐다.
고(故)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비서팀장을 모두 역임한 정준명 리인터내셔널 특허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은 삼성자동차와 일본삼성 대표이사 등을 지냈고, 이창렬 삼성사회봉사단장 사장도 삼성중공업[010140] 부사장, 일본삼성 사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비서팀장 출신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