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축구에서 브로커를 통한 승부조작이 집중된 것으로 검찰수사로 드러난 리그 컵대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로축구는 한 시즌에 많게는 4개의 대회를 동시에 소화한다.
정규리그로 볼 수 있는 K리그 경기가 중심이 되고, 주중 경기로 리그컵 대회와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FA컵대회가 동시에 진행된다.
또 일부 팀들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치러야 한다.
이 가운데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가장 약한 것이 리그컵 대회다.
K리그에서는 1위부터 3위팀까지 AFC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FA컵에서 우승해도 AFC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지만, 리그컵 대회 우승은 상금 1억원 외에 별다른 장점이 없다.
우승 상금 역시 K리그(3억원)나 FA컵(2억원)에 비해 적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팀은 리그컵 대회의 초반 몇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아예 후보 선수 위주로 대회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주전 선수들이 K리그 같은 중요 경기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서다.
반면 K리그에서 부진한 팀들은 리그컵 대회에서 성적을 올려 '면피라도 하자'는 심산으로 달려드는 경우가 많아 점수 차가 큰 승부가 심심찮게 펼쳐진다.
연봉이 많지 않은 후보 선수들이 주로 뛰다 보니 그만큼 승부조작 브로커들의 검은 손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
몇 경기만 눈 딱 감고 승부를 조작해 주면 연봉보다 많은 돈이 손에 들어오는 환경이기 때문에 항상 유혹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상대적으로 팬들의 관심이 덜한데다 TV 중계가 이뤄지는 경우도 거의 없어 선수들이 고의로 실수를 저지르는 데 따른 부담이 적다.
지난 4월6일이 리그컵 대회 두 경기가 승부조작 대상이 됐던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격이 다소 떨어지는 2, 3부 리그인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와 K3 챌린저스리그에도 승부조작의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지적이 많다.
연봉이 적은 선수들이 주로 뛰고, 관중이 적은 데다 TV 중계의 사각지대에 있어 승부조작을 꾀하는 브로커들이 활개를 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는 아직 이들 리그에서의 승부조작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2008년 두 리그에서 승부조작 사실이 발각돼 한 차례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공식 스포츠토토에 포함되지 않은 내셔널리그와 K3 챌린저스리그 경기는 암암리에 활개를 치는 불법 베팅인 사설 토토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승부조작의 위험성에 더 노출돼 있다.
2008년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시즌 전 협회 관계자가 소속 구단을 방문해 전체 등록 선수들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시행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또 자체 감사 시스템을 강화하고 의혹이 드러나면 관계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었다.
아울러 선수나 구단 관계자에게 접근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활동을 펴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프로축구 일각에 기생하는 승부조작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대해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은 "31일부터 이틀간 평창에서 열리는 K리그 워크숍에서 이런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축구인들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검찰, 경찰의 조사와 별도로 구단들이 익명을 보장해서라도 선수들이 스스로 고백하게끔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털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부조작 브로커 기생하는 리그 컵대회
입력 2011-05-3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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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3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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