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류 / 지역사회부(시흥)
일반적으로 처음 제품을 판매하게 되면 동료 세일즈맨들이 'I/B'라고 축하해 준다. 'ICE BREAK'의 약자다. 시흥시가 지난달 29일 군자신도시 개발사업에 대한 첫 번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이 2천3억원이다. 그 동안 편히 쉬지도 못하면서 발로 뛴 공무원들의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날 계약금으로 400억원을 받았고 오는 8월 아파트 분양 승인 등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금융기관 부채를 정리, 워크아웃 대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된다.

첫 계약인 만큼 'I/B'라고 축하를 받으며 즐거워야 할 시흥시지만 심기가 편치 않다. 총선용 흑색선전이 난무한 데다 첫 계약에 따른 축하 회식자리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날 회식자리에선 그 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폭탄주가 오갔고 노래방까지 이어졌다.

얼음 위에 작은 송곳을 꽂으면 계속해서 금이 가듯 이번 첫 계약을 계기로 100% 마무리되길 염원하는 자리기도 했을 게다. 하지만 맥 빠지는 축하선물을 받은 셈이다. 축하는 고사하고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매지 마라'는 속담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이날 회식자리에 특정 정당 후보가 참석했으니 오해받을 만하다. 회식 시점도 적절치 못했다. 군자신도시가 이번 첫 계약을 계기로 세일즈맨들이 바라는 'ICE BREAK'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아직 군자신도시 명칭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군자신도시 명칭을 '배곧신도시'로 하자는 시와 '군자신도시'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시의회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데 검은 고양이냐, 하얀 고양이냐를 놓고 소모성 논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대외홍보를 못하는 등 시작부터 삐그덕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I/B'라며 축하를 받아야 하고 자축할 만하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 총선 이후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