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하루만 배지 달아도
유죄를 선고받은 자도
65세 이상되면 월 120만원 혜택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상황인가
참전용사 연금은 월 12만원
의원들은 부끄럽지 않은가
비난 여론이 들끓으며 연금법 폐지 서명운동 등이 급속히 확산되자 새누리당 측에서는 '국회정치쇄신특위 신설을 통한 해결 가능성'을, 민주당 측에서는 지난 9월 상정한 '국회의원 연금법 폐지 관련 개정안의 처리'를 내세우며 민심을 다독여 보려고 하지만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 상당수의 여야 의원들이 '외교' 명목으로 국외로 나가있는 상황인데다가 아직까지도 임시국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고 보니 이들 양 정당의 설득이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국회의원 연금법은 지난 1988년 전직 국회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헌정회의 원로회원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1991년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이 제정되어 전직 국회의원에 대한 예우를 법적 차원에서 확립하게 되었다.
이것은 일부 전직 국회의원 중에는 비록 국회의원이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예로운 의정활동을 역임하였다 할지라도 의원직 이후 어려운 생활형편으로 최소한의 품위 유지도 힘든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예우가 아니라 무조건 헌정회에 소속되어 있는 65세 이상의 전직 국회의원이라면 월 120만 원을 지급받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난 1995년까지는 월 20만원이었던 것이 불과 7년 만에 6배로 증가되었고, 1996년 이후부터는 원래 70세 이상만 해당되던 것이 65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그 결과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필요로 하는 작지 않은 규모가 된 것이다.
그 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회의원 연금법이 지닌 비합리성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만일 전직 국회의원 중 국가적 차원에서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적절하게 예우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지난 2007년 헌정회 자체 규정에 명시되어 있었던 '국회의원 재직기간 1년 미만인 자는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항목이 삭제되었다.
그 결과 단 하루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도 헌정회에 소속되어 65세 이상만 되면 죽을 때까지 월 12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 2010년 국회 본회의에서 191명 의원 중 187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연금법 개정안에서 기존에 '금고이상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자'는 연금을 받을 수 없었던 규정이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되면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만일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 어떠한 종류의 불법 활동을 한다 하더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120만원의 종신연금수령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서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의 내용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6·25참전용사, 소년병 및 그 유가족, 특수임무수행자, 월남참전용사 등 국가의 부름을 받고 전쟁 혹은 전쟁과 같은 상황에 참여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들에게조차 그들의 희생과 헌신에 걸맞은 예우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우리를 슬프게 했던 '국가를 위해 희생한 목숨 값 5천원' 사건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현재 우리의 경제적 수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보훈제도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참전용사들이 받는 연금이라는 것이 고작 월 12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품위유지비 120만원을 법적으로 지원받으려 한다는 자체가 부끄럽지 않은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