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노동자들이 '하루살이' 일거리를 찾아 모여드는 인력시장은 '일자리 사정'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실업률이 오르면 이곳을 찾는 구직자도 덩달아 늘게 마련이지만 일감은 오히려 더 줄어 구직난이 심화된다.
경·인지역의 대표적 인력시장 3곳을 찾아 최근의 구인·구직 사정을 알아봤다.
〈안양3동 인력시장〉
“무엇을 알고 싶어서 꼬치꼬치 묻습니까.”
“건설경기가 침체 돼 어렵지 않습니까”라는 얘기를 꺼내자 김모씨(48·안양시 만안구 안양3동)는 귀찮다는 듯 얼굴까지 찌푸렸다.
14일 새벽 4시30분께 안양에서 40년간의 명성을 꿋꿋이 이어오고 있는 만안구 안양3동사무소 앞 복개천 인력시장.
막노동자 생활이 벌써 20년을 훌쩍 넘어섰다는 철근공 김씨는 “최근 이곳에 오는 기술자들은 어림잡아 100명 정도는 꾸준한 것 같아”라며 “사정이 좋은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10%에도 못미쳐”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둘러 맨 일용직 근로자들이 어둠속에서 하나 둘씩 모습을 보이더니 5시를 넘기면서 군데군데 무리지어 잡담을 나누는 이들이 어림잡아 60~70명으로 불어났다.
4시30분께 이곳에 나온 이모씨(43·안양시 만안구 안양3동)는 “IMF 전에는 월 스무날은 무난히 찍었지만(20일은 일감이 있었다는 의미) 이제는 일주일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그나마 갈수록 줄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한모씨(46)는 대뜸 “중국에서 건너온 조선족 불법체류자나 아시아계 외국인들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욕설부터 해댔다.
6시가 가까워지자 핸드폰으로 열심히 통화하던 '십장' 한 사람이 한씨를 불렀다. “출발해야겠어. 자네 봉고차로 가지”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씨는 “기자양반 그럼 수고하게나”라는 말과 함께 일자리로 떠났다.
하지만 한씨처럼 운이 좋은 사람은 별로 없는 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족히 두세시간이나 넘도록 서성이다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30년째 이곳을 지켜온 터줏대감 김모씨(59)는 “그 옛날 철둑길에 장작불 때 가며 기다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라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성남 복정동 인력시장〉
14일 새벽 4시30분께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동사무소옆 일용근로자 1일 취업지원센터.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때이른 시각이지만 벌써 40~50대 가량의 구직자 50여명이 나와 잡담을 나누며 일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도권 최대의 인력시장으로 손꼽히는 복정 인력시장이 최근 실직자가 다시 늘어나면서 '하루살이' 일자리를 얻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잡부 5명만 같이 일합시다.”
5시를 조금 지나 건설현장에서 일꾼을 찾기위해 은색 9인승 봉고차를 타고온 40대 작업반장이 차를 세우자 구직자 20여명이 몰려 흥정을 벌인뒤 5명이 차에 올랐다.
뒤이어 도착한 봉고차엔 부녀자 3명이 일당 3만5천원에 밭일(하우스)을 해주기로 하고 서울 천호동으로 향했다.
이처럼 구인자에게 선택되거나 흥정에 성공한 구직자들은 봉고차나 택시 등을 타고 현장으로 향한다.
최근들어 이곳에 몰려드는 구직자는 하루평균 170~200명. 이곳 취업센터 관계자는 다시 실직자와 명예퇴직자들이 늘면서 복정 인력시장에도 구직자들이 덩달아 20~30% 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종전에는 3D직종이라며 꺼리던 업종에까지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구직자중 일터로 떠나는 경우는 30~50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상황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 이날도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헛품만 팔다 축처진 모습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제조회사를 다니다 지난달 퇴직한 이모씨(45·수정구 태평2동)는 “경기가 나쁜데다 새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워 나왔으나 특별한 기술이 없어 이곳에서도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국 어디라도 일자리만 있다면 달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동트기전인 새벽 4시쯤 장이 형성돼 오전 9시쯤 파장하는 이곳의 주요 구인, 구직 분야는 밭일(하우스)과 공사장 단순노무, 조적(벽돌쌓기), 목공 등이다.
일당은 밭일이 3만5천~4만원선이고 잡부가 5만~7만원, 목공을 비롯한 기술공은 10만~11만원으로 취업지는 서울지역이 70%이다.
취업센터의 한 관계자는 “98년 11월 문을 연 취업센터에도 구직자 2천여명이 등록했으나 일자리 알선은 1일 평균 50여명선에 그치고 있다”며 “건설경기가 침체한데다 겨울 비수기가 다가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독쟁이고개 인력시장〉
“이른 새벽부터 일자리를 얻기위해 인력시장으로 달려가 보지만 발길을 돌리는 때가 더 많아요. 생계가 막막합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상당수 일용 노동자들은 “생활이 너
인력시장 현장 르포
입력 2000-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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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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