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혜 오산시의원 (국제관계학 박사)
민속 명절인 설이 지났다. 다문화가정의 며느리들은 타국의 명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한국말이 서툴러서 힘들었을까? 아니다. 모두가 내 식구라고 따뜻하게 맞아주면 몸이 고달파도 명절이 즐거웠을 것이다.

엄마와 아이들의 언어발달이 늦는다는 것은 다문화가정의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된다. 각 지자체는 다문화센터를 두고 방문교사로 하여금 이들의 언어를 지도하고 부진한 학습도 도와주게 하나 모두들 그것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나는 지금 캐나다에서 이들의 다문화정책을 알아보고 있다. 캐나다는 다문화의 역사가 수백년 된 나라로서 우리 국민들이 이 나라에 이주해 사회에 어떻게 동화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8, 9살이나 훨씬 이후에 이주해 와도 모두 언어의 불편없이 살고 있다. 이들이라고 왜 언어의 장벽과 학습 부진이 없었겠는가? ESL(외국인을 위한 영어과정)을 들으면서 이 나라 아이들과 뛰어놀고 공부하며 짧은 시간 안에 언어문제를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우리 땅에서 태어나고 적어도 아빠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은 우리말을 잘한다는 유리한 점이 있다. 양부모가 다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캐나다 이주민 가정보다는 훨씬 나은 언어환경이다. 캐나다에 다문화가정을 위한 특별한 센터는 없다. 기껏 있어봤자 지역센터이고, 이 글을 쓰느라 앉아있는 공공도서관 등의 '이주민을 위한 정보센터' 등이니 우리로 치자면 주민자치센터 정도에서 다 해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말이 늦는 것에 조급해하지 않고, 우리는 인내심이 없다는 것일 뿐…. 이 조급증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하에서 공부를 못하면 대학에 못가니 말이 늦어 학습진도가 늦는 그들의 자녀를 보며 불안을 느끼는 사회에 기인한다. 또다른 문제는 다문화가정을 보는 우리들의 자세인데,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야, 다문화는 남아!'라고 한다든지, 친구들도 '다문화 다문화'하면 아이들이 집에 와서 '엄마, 내가 왜 다문화야?'라고 물을 때 부모들은 할 말이 없다고 한다.

다문화가정이 보편화되는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그들이 우리보다 열등하지 않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시민들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언어가 늦는다고 조급해 하지 말고 한국인들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다문화정책은 각 지자체의 '사업'이 되면 안 된다.

어느 단체가 수탁자가 되어 어떤 정책을 수행했는가가 평가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며 우리 사회의 편견을 없애는데 일조하는 것. 그리하여 그 가정이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며 살게 하는 것이 다문화센터가 할 일이다. 이주민이 행복한 캐나다 하늘 아래서 '다문화'라는 용어부터 바꾸거나 없애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