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의 정전협정 백지화 성명 발표 뒤 북한 인민군 병사들이 6일 전투훈련을 하고 있다고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와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미국과 남한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임에 따라 2009년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에 초래된 엄중한 국면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 '은하 2호'를 발사한 뒤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 성명이 나오자 그해 5월 다시 제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후 북한과 미국, 남한 관계의 경색국면이 이어지다가 1년6개월 만인 2010년 11월 북한이 서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우리 민간인과 군인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북한이 엄청난 도발을 감행한 데는 남북관계와 대미관계의 교착 국면을 흔들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국제적 분쟁 지역으로 부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북한은 연평도 사건이 발생한 뒤 남한이 먼저 북한의 영해에 포사격을 했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상태가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작년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나서 한반도에 조성된 긴장 상황도 2009년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북한은 올해 1월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발표하자 한 달이 되기도 전에 핵실험으로 응수했고 최근에는 '키 리졸브' 훈련 등을 빌미로 도발적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6자회담 등 한반도 관련국간 대화가 협상이 중단된 상태에다 북한이 '평화협정 카드'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점이 2009년 국면과 닮았다.

북한은 지난 1월 23일 외무성 성명에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관한 대화는 있어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지난 5일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에서는 정전협정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연평도 사건처럼 평화협정 문제를 부각하려고 NLL 인근에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지난 2010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군의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5일 핵무기 발사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남·대미 위협의 전면전에 등장했다. 김영철은 이날 저녁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미제에 대해 다종화된 우리식의 정밀 핵타격 수단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이라면서 "(이를) 퍼부으면 불바다로 타번지게 되여있다"고 위협했다.사진은 김영철이 조선중앙TV에 출연해 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최근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따른 자신감 때문인지 '핵선제타격' '정밀핵타격수단' 등을 거론하며 어느 때보다 공격적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한반도의 대화 국면에서 중재 역할을 해온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심상치 않게 보이는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이후 대남, 대미 위협에서 과거보다 훨씬 공세적이고 대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측면이 있어서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 남한의 대응에 따라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낮아질 공산도 있다.

북한은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을 했지만 그해 12월 6자회담이 13개월만에 재개됐고 이듬해 2월에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초기 이행조치를 담은 이른바 '2·13 합의'가 도출됐다.

여기에는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이 2006년 11월 중간선거 이후 유화적으로 바뀐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오바마 정권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자 "북한이 적법한 대화나 적법한 협상에 참여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며 다소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북한의 남한 정부에 대한 태도가 연평도 사건 때와 다르다는 점도 북한의 도발을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북한은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뒤 이명박 정부와 대립관계를 이어가다 연평도 포격을 일으켰지만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삼가며 '관망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할 수 있지만 남한을 상대로 심각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