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객 지나갈 때면 두려워"
1년간 문닫은 가게만 10여곳
'외국인 혐오' 새로운 숙제도
전국민을 경악시킨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지 4월1일로 1년이 된다.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조선족 오원춘(43)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동네는 1년 후인 지금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폐업이 속출했고, 상당수 주민은 이사했다. '외국인 혐오현상'이라는 새로운 숙제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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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8시께 수원 지동의 한 골목. 초저녁이지만 벌써 적막에 휩싸였다. 몇몇 호프집과 노래방, 마트를 빼면 간판을 켜놓은 상점들을 찾기 힘들었다. 사건이 벌어졌던 오원춘의 집 철제 대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했다.
주민들은 여전히 '오원춘'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두려움에 떨었다. 대학생 김모(21·여)씨는 "사건 발생후 아빠한테 이사가자고 여러 차례 졸랐다"며 "취객들이 지나갈 때면 너무 무섭다"고 했다.
상가 폐업도 속출했다. 1년간 문 닫은 가게만 10여 곳이 넘는다. 양꼬치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장사가 안돼 가게를 내놨는데 두달 넘도록 계약자가 없어 월 50만원씩 임대료만 빠져 나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외국인 혐오현상으로 조선족도 확 줄었다. 지동에는 지난해 1월 기준 1천923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시는 이중 85% 가량을 조선족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현재는 절반 이상이 동네를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
사건 장소와 500m 떨어진 못골놀이터에는 체육시설이 설치됐지만 이용하는 주민과 아이들은 없었다.
주민들은 오원춘 얘기를 꺼내는 것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주민 B씨는 "아직도 범죄동네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어 불쾌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떠났고, 우리처럼 이사 갈 여건이 안되는 사람들만 남은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종대·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