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들어 발급한 주민등록증의 위·변조가 수월해 범죄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신형 플라스틱 운전면허증 역시 저급한 재질로 제작, 쉽게 훼손되거나 위조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전자들은 지갑에 운전면허증을 넣고 다니다 기재내용과 사진이 지워지는 바람에 면허증 재발급을 신청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이같은 면허증의 잦은 훼손 등으로 도입한지 4년도 안된 신형 면허증 발급기기마저 폐기처분해야 할 처지여서 예산낭비란 비난을 받고 있다.
 ▲신형 운전면허증 발급 및 훼손 실태=경찰청은 지난 97년 신형 플라스틱 운전면허증을 도입하면서 30억여원을 투입, 인천지역 4대를 비롯해 전국에 면허증 발급기기 100대(대당 2천300만원 상당)를 보급했다. 그러나 플라스틱 면허증은 주민등록증 재질보다 저급하게 제작, 훼손이나 변조가 훨씬 쉽다. 이 면허증 재질의 개당 단가는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의 10%인 104원에 불과한 상태.
 이처럼 잦은 훼손으로 인해 인천에서만 운전면허증 재발급을 위해 매달 수십명이 경찰서나 운전면허시험장을 찾고 있다. 훼손된 것을 그대로 갖고 다니는 운전자들을 포함하면 면허증 훼손 사례는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최모씨(38)는 “플라스틱 면허증으로 바뀌고 세차례나 재발급을 받았다”며 “지갑에 넣고 다니는 면허증이 주소와 이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잘 지워진다”고 불평했다.
 인천운전면허시험장은 면허증 훼손을 막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면허증 교부시 비닐 재질의 면허증 보호케이스를 함께 나눠주는 임시방편을 쓰고 있으나 근본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개당 50원이나 드는 비닐 보호케이스를 따로 주려면 1년에 1천만원 이상의 추가 예산지출이 불가피하다는 게 인천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의 설명. 인천운전면허시험장은 지난해 모두 26만1천300여개의 면허증을 신규 또는 재발급했다.
 ▲문제점=최근 기술표준원이 면허증 훼손 사례를 분석한 결과, 홀로그램으로 특수코팅된 면허증은 홀로그램 특성상 습기와 열에 약하기 때문에 마찰력을 가하면 쉽게 코팅이 벗겨져 기재내용이 지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세톤과 탄산나트륨, 벤젠 등 화학물질에도 쉽게 지워지거나 변색된다.
 이로 인해 면허증의 식별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변조에 따른 범죄를 유발하거나 면허증 재발급으로 인한 시민불편과 예산낭비를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경남 진주경찰서는 8일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금융기관에서 자동차 구입 자금을 대출받게 한 뒤 5천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공문서위조 동행사·사기)로 총책 송모씨(34)와 작업책 김모군(19), 알선책 이모씨(24) 등 전문위조단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유모씨(51)는 “열사기를 비롯 몇가지 기기만 있으면 면허증에 사진과 기재내용을 새로 입혀 변조하는 것은 아주 쉽다”고 말했다.
 ▲개선 전망=운전면허시험관리단은 지난해부터 신규 플라스틱 면허증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세가지 개선안을 마련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 1안은 현 발급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면허증의 보호 코팅층을 개선해 보완하는 방법이다. 제 2안은 운전면허증을 위탁제작하고 있는 독일(정부인쇄소)과 이탈리아(국영인쇄소), 브라질(조폐공사) 등 외국의 경우처럼 주민등록증을 위탁발급하고 있는 조폐공사에 면허증 제작을 맡기는 방법. 제 3안은 현 즉석 발급체제를 유지하면서 신형장비를 일부 도입해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법 등이다.
 그러나 1안의 경우 부분적인 보완에 그칠 수밖에 없고, 2안은 발급에 3~5일이 걸려 시민들의 불편이 뒤따르는 단점을 안고 있으며, 3안은 막대한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李宇晟기자·wslee@kyeongin.com